사회갈등의 관리와 대타협의 리더쉽
심의섭 / 명지대 명예교수갈등(葛藤)은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로 쓴다. 칡과 등은 나무를 감으며 올라가는데 칡은 오른쪽으로, 등은 왼쪽으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감으면서 자란다. 갈과 등이 함께 자라면 두 덩굴의 정상적인 성장자체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두 덩굴이 함께 타고 오르던 나무까지 말라죽게 한다.
이러한 갈등의 교훈은 비단 식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세대 갈등, 계층 갈등, 남녀 갈등, 고부 갈등, 가족 갈등, 노사갈등, 이념 갈등, 지역 갈등, 공공정책목표 갈등 등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잠재된 각종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갈등의 폭발이 우려되기도 하다.
사회갈등의 정도는 ‘사회갈등지수’로 나타난다. 한국사회의 갈등수준은 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한 수준이고, 사회갈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82조∼246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진다면 1인당 GDP가 1.8∼5.4% 높아지고, OECD 평균수준(0.44)으로만 개선되더라도 7∼21%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국민통합위원회, 그리고 민간에서도 사회갈등의 해소와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복잡한 갈등의 현상은 한 세대라는 짧은 기간에 달성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부작용이 큰 원인이다.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인인 갈등을 국민대통합으로 극복하여 선진권으로의 안착과 통일을 위한 기반조성에 국민역량을 투입하여야 한다. 사회 갈등의 대승적이고 발전적인 극복으로 지속적 국가발전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의 본 무대인 국회는 갈등의 해소보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곳으로 투영되고 있다. 갈등의 해소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양보와 절충을 거치는 타협이지만 차선책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다수결은 투표라는 절차를 통하여 정당성을 갖지만 다수결의 과정에서도 타협과 협상, 그리고 배려는 주역으로 참여하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우리가 절차적 민주화는 달성했지만 실천적 민주화는 퇴보하는 현실에서 강자의 약자에 대한 배려는 약자와 공존을 위한 지혜인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소양조차 못 갖추고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고, 이념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인들을 솎아 내는 것은 성숙된 국민의 몫이다. 어떠한 리더십이라도 소통보다는 불통, 토론보다는 침묵, 참여보다는 방관이라면 갈등의 해소라기보다 갈등의 조장으로 편향되어 사회·경제적인 대통합을 지연시킬 것이다.
자고로 난세에 처하거나 기근이 들면 부자들이 곡식을 내어 놓았던 지혜는 약자에 대한 훈훈한 배려일 뿐만 아니라 공멸을 피하려는 강자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도 역사의 교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