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남주홍 / 경기대 교수정치학 박사북핵 문제를 풀기위한 6자회담이 몇차례의 벼랑끝 담판 끝에 일단 한고비를 넘기는 타결을 지었다. 이번 베이징 합의의 특징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핵 시설의 동결과 폐기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나머지 5개국들은 북한에 경제적 보상을 한다는 총론적 합의에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합의문이나 선언 그 자체의 정치적 의미에 무게를 두었고 막상 각론적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추가 실무협상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도 그랬듯이 당장 북한은 합의문의 60일내 영변 핵시설의 폐쇄 규정과는 달리 일시 가동중단 즉 동결의 대가로 100만톤의 중유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문서에는 “북한은 일체의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9·19 공동성명의 초기단계 조치와 후속조치가 언제 어떻게 연계되고 추진될 것인지에 전혀 언급이 없어서 앞으로 이른바 ‘행동 대 행동’의 기준을 누구의 입장에서 먼저 설정해야 하는지가 큰 과제로 남아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거 핵과 미래핵의 실체 규명에 있다. 과거 핵은 기존에 추출한 상당량의 플루토늄과 이를 바탕으로 이미 제조한 핵 무기를 말하고 미래 핵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우라늄탄을 만들려는 새로운 비밀시설과 설비를 말한다. 따지고 보면 이 두 문제가 북핵위기의 핵심 쟁점 이라고 할 수 있다. 94년의 1차 핵 위기는 바로 플루토늄의 추출 및 고폭시험에서 비롯됐던 것이고 2002년 가을부터 시작된 2차 핵 위기는 우라늄탄 제조 시도에서 돌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2·13 베이징 합의문은 이 점을 어떠한 형태이건 반드시 짚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는 바꾸어 말해서 미국과 한국이 대선을 앞두고 성과에 그만큼 급급했었다는 추론을 낳게한다. 즉 북한측이 매우 교묘하게 시간 벌기 계략을 썼다는 뜻이다.
결국 북한이 개방을 하고 국제적 검증을 보장하지 않는 한 핵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음을 또다시 증명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합의문에 명시된 핵 불능화 조치와 완전 폐기조치를 담보할 강제력을 규정하기도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강제력이란 작금의 UN제재와 미국의 금융제재,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조치(PSI)같은 ‘채찍’을 말한다.
현재까지 합의된 것은 모두 ‘당근’의 규모와 비용분담에 관한 것 뿐이다. 그나마 100만톤 중유만 하더라도 4천억여원이 소요되는데 소위 균등분담의 원칙만 합의되었고 추후 경수로나 전력지원 등 별도의 비용 제기와 분담 방법에 대해선 모두 실무협상 과제로 일임한 상태이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 모두 10조가 넘는 금액을 ‘불공평’하게 부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엄청난 대가의 지불에도 불구하고 만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후속협상마저 미국과 일본의 대북 관계정상화 노력에 예속되고 이 과정을 북측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되면 우린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더 진솔한 기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