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누가 돌보나
김경민 / 한양대 교수정치학 박사미국에 있는 한국 외교관들이 현지를 방문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때 더 이상 불참 내지는 기권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외교관들이 국가공무원인지라 상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 나라의 방침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외교관들의 발언은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으로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보통 이상이라는 분위기를 전달하려 한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매년 열리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3년 연속 대북인권결의안이 채택될 정도로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는 북한인권에 대한 특별보고관이 임명될 정도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문제는 특별보고관이 임명되어도 북한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임기가 1년 연장되었고, 유엔이 지명한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대해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니까 이제는 유엔총회에 상정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어떤 결의안이 나오더라도 물리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은 비등해질 것이고 북한은 더욱 더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 남북화해와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대북인권결의안에 불참 내지는 기권하고 있는 한국도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 흩어져 남모를 은신처에서 온갖 인권유린 행위를 당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난민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인권의 문제는 정치적 고려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 차원에서 인도주의의 정신으로 취급되어져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근거가 인간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중시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북한인권에 대한 침묵은 직무유기이다. 필자가 올해도 스위스 제네바에 다녀왔지만,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때 한국정부는 기권을 하고 유럽연합을 위시한 많은 국가들과 NGO들은 찬성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확대되면 확대되었지 축소될 기미가 전혀 없다.
북한에 여러 모양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는 마당에 인권사안도 끼워 넣어 협상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남북관계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귀중한 생명들이 고통 받는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내년에는 한국정부가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하는 해프닝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