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은 정쟁의 상위개념이다
배찬복 / 명지대학교 정외과 교수국민통합(integration)은 국가발전의 토대(infra structure)이자 정쟁보다 상위개념으로 국가경영의 ‘초기조건’이자 ‘최고가치’ 이다. 한국과 같이 상당수준의 법은 있되 지켜지지 않고 후진형정치가 계속되며 정쟁만 일삼는 나라에서 위기극복이나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통합은 절체절명의 존재성을 지니기에 그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지금 강하다.
국민통합은 의도적인 국민운동을 통해서 산출되는 자율적 기능으로서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이며 개인창달과 국가역량강화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해 국가건설의 인프라가 되고 선진화의 길목을 마련한다. 물론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때의 붉은악마나 피겨여왕 김연아의 금메달 앞에 모여든 국민함성 등도 국민통합의 상징임에 틀림없지만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공식·비공식 교육을 통해서, 중·단기적으로는 국민운동을 통해 국민통합기능을 산출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이스라엘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유년기부터 정치사회화 교육을 통해 국민통합ㆍ국민결속ㆍ국민정체성을 국민의 가슴속에 내재화 시켜왔다. 특히 정치사회화에서는 아는 것(cognition)과 행하는 것(behavior)을 일치시키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식의 이미테이션(imitation)교육이 효과적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교육은 국가위기 또는 국익 앞에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국민이 하나 되는 국력결집을 산출하게 된다. 근래에 와서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호주·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들이 정부기구로서 국민통합부를 만들어 성장동력을 유도해 위기국면에 대처하는 것도 그러한 소이다.
작금의 한국에서 정당 간, 정파 간, 이념 간, 노사 간의 ‘네탓공방’과 ‘반대를 위한 반대’는 임계점을 넘어 분열현상마저 있는 중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직 집단이기주의적인 발로지만 그 국가적 국민적 피해는 엄청나다. 이러한 분열현상에 전형적인 후진형의 지역주의와 포퓰리즘 선거마저 접목되면 정권게임에 이겼다는 것만으로 국가경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국민통합기능을 산출해야할 책무가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정쟁을 일삼다 국론분열을 초래하니 국회에는 미제의 민생법안이 산적하게 되고, 한국판 뉴딜정책마저 뒤로 미뤄져 작금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창출이나 중소기업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그 손실은 엄청나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야당도 국정동반자라는 막중한 책임을 의식하지 못하고 길거리 투쟁과 반대를 위한 반대로 장기 사보타주와 의원폭력 등 국회저질화 의원에 대해 개헌을 통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들이 무성하다.
우선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패러다임은 정치권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특히 실업자와 와해되는 중소기업의 수가 다달이 기록을 갱신하고, 심각한 북핵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작금의 경제·안보위기 시에 여야가 함께 국민통합기능 산출을 기한다면 위기극복은 물론 말로만 해왔던 상생정치의 길도 열리게 되는 엄청난 부수효과도 얻게 됨에 재삼 주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