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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북한 믿을 수 없는 북한

유호열 / 고려대 북학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02

유호열 / 고려대 북학학과 교수

요즘 북한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면담하고 만찬까지 함께 하는 등 최상급으로 환대하며 12년 형을 선고했던 2명의 미국인 여기자들을 특사로 석방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시 최고위급 특사 조문단이 파견되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돌아갔다. 끊겼던 남북간 통신과 육로통행이 원상복귀되고 급기야 개성공단 임금과 토지사용료문제마저 원래 합의대로 정상화되었으며 이번달 26일에는 중단된 지 2년만에 이산가족상봉행사도 금강산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반면 최근엔 임진강 댐을 무단 방류하여 6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케 하고도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의 3남인 김정운도 정은이라고 고쳐부르고 금년 초부터 그에게 ‘대장’이란 칭호를 붙이고 ‘발자국’이란 노래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따라 부르게하면서 후계구도에 박차를 가하더니 갑자기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일본 언론을 통해 김정일의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후계구도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행태는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수억, 수십억달러를 소비하면서도 수백만 주민들이 굶어죽어도 지도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다. 평양에 10만 주택을 화려하게 건설하고 혁명의 수도를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게 건설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탈북자 행렬이 끊이지 않고 단 돈 몇 푼에 중국인들에게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곳이 북한이다.

북한이 알 수 없는 나라인 까닭은 첫째, 세계에 유례없는 폐쇄체제를 고수하고 있고, 둘째, 수령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인 독재체제이기 때문이고 셋째, 현재 수령인 김정일이 전략적이던 성격상 문제이던 모호하고 혼란스런 정책과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고 끝으로 그러한 알 수 없는 체제와 정책으로 적지 않은 이득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알 수 없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결코 믿을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북한은 겉으로는 미소 지으면서 속으로는 협박과 도발을 일삼는 나라이다. 하나를 양보하면 둘째도 양보하고 종래는 모든 것을 양보하게끔 압박하는 술수에 능한 나라이다. 양심이나 상식이 통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누구보다 집착하는 나라이다. 화려한 수사와 그럴듯한 논리로 상대를 안심시킨 후 결국은 빼도박도 못하게 만드는데 익숙한 나라이다. 그렇기에 지난 20년 동안 핵을 개발해 왔으면서도 핵개발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강변하더니 결국 2차례 핵실험도 모자라 우라늄 농축능력을 완성했다고 3차 핵실험을 예고하며 협박하는 것이다.

조만간 오바마 정부는 그러한 북한을 상대로 대화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변 각국과의 협의를 끝내고 북한이 핵포기를 전제로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 대화를 시작한다고 한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 각종 지원을 펼치며 달래는 한편 북한의 도발적 행태와 억지 주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북한의 대화제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소 지으며 국제사회에 다가서는 북한을 뿌리치지 않되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와 전략을 간파하여야 한다. 속이는 북한도 나쁘지만 속고 또 속기만 한다면 그것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번에야 말로 냉정하고 단호하게 원칙을 지킴으로써 북한의 오판과 기만술을 영원히 잠재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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