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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 상간자가 '의인'으로 둔갑
발행일 발행호수 2154

독일의 화가 뒤러(2471~1528)가 그린 <도망나오는 롯>. 뒤쪽으로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롯(‘가리다’라는 뜻)은 아브라함의 조카로, 아브라함의 가족이 고향을 떠나 가나안으로 갈 때 동행한 인물이다. 후에 두 사람 모두 가축이 번성하여 목초지가 부족하자 롯은 아브라함과 헤어져 비옥한 소돔 땅에 정착하게 된다. (창세기 13:5~12)

창세기에 보면, 소돔은 고모라와 함께 극도로 타락하고 죄악이 만연한 도시로 묘사돼 있다. 두 천사가 롯의 집에 머물 때 소돔 사람들이 몰려와 천사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치는 장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서 롯은 천사를 보호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천사를 보호한답시고 자신의 두 딸을 내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창세기 19:4~8)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 이런 아버지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경에는 이런 롯을 의인으로 기록하였다.

『소돔과 고모라 두 성을 멸망하기로 정하여 재가 되게 하사 후세에 경건치 아니할 자에게 표를 삼으셨으며 다만 의로운 롯을 건지심은 그가 악인의 음란한 행실로 인하여 깊이 근심함이니 대개 의인이 저희 중에 거하여 날마다 저 불법한 행실을 보고 들음으로 그 의로운 마음을 상하는지라.』(베드로후서 2:6~8)

롯은 의로운 자라고 돼 있으며, 따라서 소돔과 고모라 중에서 유일하게 그의 가족만이 탈출하는 것으로 나온다. (창세기 19:15~29)

그렇다면 롯은 과연 의인인가?

불과 유황으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에 롯의 가족이 성을 빠져나오던 중 그의 아내는 두고 온 재산이 아까워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창세기 19:26) 재물을 탐하지 말라는 주제로 많이 인용되는 이야기다.

혹자는 『롯의 처를 생각하라.』(누가복음 17:32)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물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의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말한다. 그리고 롯과 두 딸은 그렇지 않았기에 재앙을 피해 무사히 빠져나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롯과 그의 두 딸의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엽기적인 그와 그녀들’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그들도 차라리 그때 소금 기둥이 되었더라면 덜 불명예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돔에서 떠난 후, 그들의 엽기적인 행동을 보자.

『롯이 소알에 거하기를 두려워하여 두 딸을 이끌고 소알을 떠나 산에 처하여 함께 굴에 거하더니 큰 딸이 작은 딸더러 이르되 우리 아버지는 이미 늙고 세상에는 도리대로 우리 배필 될 사람이 없으니 아버지를 술로 취케 하고 동침하여 인종을 전하자 하고 그 밤에 저희가 아버지를 취케 하고 큰 딸이 들어가 동침하나 아비는 그 딸이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더니 이튿날에 큰 딸이 작은 딸더러 이르되 어젯밤에는 내가 아버지와 동침하였으니 오늘밤에도 취케 하고 네가 들어가 동침하라. 우리가 아버지로 좇아 인종을 전하자 하고 이 밤에도 저희가 아비를 취케 하고 작은 딸이 동침하나 아비는 딸의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더라. 롯의 두 딸이 아비로 좇아 잉태하여 큰 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모압이라 하니 오늘날 모압 족속의 조상이요, 작은 딸도 아들을 낳아 이름을 벤암미라 하니 오늘날 암몬 족속의 조상이더라.』 (창세기 19:30~38)

사실, 이 구절은 기독교인들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근친상간 때문에, 그들의 후손인 모압과 암몬 족이 저주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신명기 23:3) 그러나 어떠한 이유나 핑계도, 눈 뜨고 볼 수 없는 이런 추태 앞에서는 롯을 변호해 줄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게 의인이에요? 구원의 연구에 해독이 되는 거예요. 무엇을 했대도 소용없어요. 더럽고 께낀한(더러운) 거예요.”

롯은 의인인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조목조목 따지지 않아도 그가 상식 이하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신약에서는 그를 의인이라고 기록해 놓았을까.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협회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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