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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요동치 않고 이 길을 따라가리라

백태신 승사(2)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497

하루는 박 장로님께서 윤치영 장관 댁에 가셔서 사람들에게 안찰해 주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윤 장관은 박 장로님 집회에서 은혜를 받은 후 박 장로님께서 세우신 전도관에 열심히 나온다고 했습니다. 저도 안찰 받고 싶은 마음에 그 댁을 찾아갔더니 응접실에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앞사람이 안찰 받을 때 보니 박 장로님께서 눈과 배에 손을 살짝 대시며 안찰하실 뿐인데 그 사람은 몹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제 순서가 되어 박 장로님의 손이 눈에 닿자마자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고 배를 안찰하실 때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칠 뻔했습니다. 그토록 아프던 통증이 차차 물러가더니 어느새 시원해질 때 박 장로님께서 손을 떼셨습니다.

윤치영 장관 댁에서 박 장로님께 안찰 받고
잠시 쉬는데 이슬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성신이 이슬같이 내린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라 ‘지금 은혜를 주시는 건가?’ 생각해

안찰을 받고 응접실 한쪽으로 물러나 잠시 쉬는데 웬일인지 이슬비가 부슬부슬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좋은 집에 비가 샐 리도 없고 천정을 둘러봐도 빗방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성신이 이슬같이 내린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라 ‘지금 은혜를 주시는 건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박 장로님께서 “내가 안찰할 때 아픈 것은 그 속에 죄가 있기 때문이며, 죄가 차차 소멸됨에 따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내 죄를 사해 주셔서 시원함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안찰을 받은 후로 제 마음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저는 유행하는 영화며 옷에 관심이 많았고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은혜를 받은 후로는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부질없고 허무하게 느껴져서 모임에 나가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내가 갈 길은 그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던 저는 신앙을 갖는 것이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교회에 나와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고 하니 그 정도로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갈 자격을 당연히 가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박 장로님 말씀을 듣고 그것이 전혀 틀린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신을 받아 그 죄를 씻어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며 나는 아무런 자격이 없는 죄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향취를 맡고 은혜가 내리는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하나님의 성신은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움직이시고 함께하심을 분명히 느끼게 됐습니다.

반사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드린 순간
콧속에 향기 덩어리 넣은 것처럼 진한 향취
예배 후 반사 충원 광고 나와 수십 명 지원
박 장로님께서 지원자 모두에게 안찰해 주셔

그 후 일요일 원효로전도관에 갔을 때였습니다. 반사들이 주일학생을 데리고 분반 공부를 하는데 반사 선생님이 질문하면 아이들이 샛별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대답했습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고 ‘나도 저런 반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 전에 장로교회 다닐 때 친구들이 반사 활동을 하자 했지만 저는 코흘리개 아이들을 뒤치다꺼리 하는 게 뭐가 좋은가 싶어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전도관에서는 하나님 은혜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반사들이 그렇게 고귀하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 시간에 ‘하나님, 저도 반사가 될 수 있을까요? 자격은 없지만 반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기도드렸습니다. 간절히 기도드릴 때 순간 향취가 진동하는데 콧속으로 향기 덩어리를 넣어 주는 것처럼 진하게 맡아졌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마친 후 주일학교 총무이신 김도삼 권사님이 나오시더니 “주일학생이 많이 늘어나 반사 선생님을 충원하려고 합니다. 지원자는 자리에 남아 주세요.” 하고 광고를 했습니다. 저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습니다. 반사에 지원하는 대학생과 젊은 사람이 수십 명 모인 곳에 저도 앉아 있으면서 ‘반사를 허락해 주세요.’ 하고 계속 기도드렸습니다. 잠시 후 박 장로님께서 오시더니 지원자 모두에게 안찰해 주셨고, 토요일마다 반사들 공부 모임이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 잘 키우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때 얼마나 감사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후 원효로전도관에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 주일학생 2,000명에 반사가 180명 정도 됐습니다.

어머니는 목사에게 “이제 오지 마세요.
그동안 교회 다니며 믿노라 했지만 이런
은혜는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구원을
얻으려면 은혜 있는 곳으로 가야지요”

어머니와 제가 전도관에 다니며 안동 장로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목사가 어머니를 설득하려고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안동교회에서 헌금 위원이자 열성적인 권사였고 전도부인이 되려고 공부 중이었는데, 그런 분이 교회에 나오지 않으니 목사 체면이 서지 않게 된 것 같았습니다. 목사가 거듭 찾아오자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이제 오지 마세요. 우리는 구원을 위해 믿는 것이지 목사님 체면을 위해 믿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교회 다니며 믿노라 했지만 이런 은혜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구원을 얻으려면 은혜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요.” 하셨습니다. 확고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후로 목사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 1956년 6월에는 전주 노송동에서 박 장로님의 인도로 집회가 열려 저도 참석을 했습니다. 그때 전주에 전도관 교인이 많이 생겨서 새 건물을 크게 지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집회장까지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집회장은 시내 공터에 천막을 크게 친 곳이었습니다.

전주에 전도관을 짓기 위해 1956년 6월 전주 노송동 집회가 열렸을 때
전주 지역 목사들 똘똘 뭉쳐 집회장에 들이닥쳐 난동 부리던 사건을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진짜와 가짜를 드러내시니 전체가 반발하고 달라붙을 수밖에 없어

집회 중 어느 날 한창 설교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뒤쪽이 소란해져서 돌아보니 청년들이 욕설을 퍼붓고 단상으로 달려들며 돌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짓밟힌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단상까지 들이닥친 그들은 단상 주변에 서 있던 남자 교인들을 끌어내 사정없이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습니다. 저는 깡패 청년들이 왜 갑자기 집회장에 들어와 예배드리는 사람들을 때리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단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뛰어올라갔지만 정전까지 되어 깜깜해지자 여기저기서 비명과 고함 소리가 들릴 뿐 상황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후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난동은 수습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전주 지역의 목사와 그들의 지휘를 받은 성경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박 장로는 이단이라며 비방하던 목사들이 집회 소식을 듣고는 교파를 막론하고 하나로 똘똘 뭉쳐서 “다시는 박 장로가 전주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라고 결의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각 교회에서 행동대원을 선발해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한곳에 모여 연합 출정(出征) 예배까지 본 후 집회장에 들이닥친 것이었습니다. 그때 주동자였던 학생이 나중에 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박 장로님께서 “기성교회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말씀하시는 순간, 목사가 지팡이로 박 장로님을 가리키면서 “저것 집어치워라.” 하자 청년들이 강단을 향해 달려들었다고 했습니다.

목사들이 박 장로님 집회 소식을 듣고는
교파를 막론하고 각 교회에서 행동대원을
선발,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한 곳에 모여
연합출정 예배까지 본 후 집회장에서 난동

특히 주동자 한 명이 단상 위로 올라가 하나님을 향해 마이크 대를 휘두르는 순간, 마이크 대가 저절로 부러져 버리고 하나님께서는 털끝 하나도 상치 않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런 핍박을 보고 겪으면서 저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요동치 않고 이 길을 따라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주에는 계획했던 대로 전도관이 크게 세워졌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악한 세상에 하나님께서 오셔서 만천하에 진짜와 가짜를 드러내시니 전체가 반발하고 달라붙을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태신 승사님 신앙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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