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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지 이야기

발행일 발행호수 2091

나는 나무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수많은 가지 중에 아주 가느다란 막내 가지입니다.
 
나는 호기심이 무척 많습니다. 지나가는 새에게 물어봅니다. “너는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겠다.” “그러엄- 내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지! 나는 모험가란다.” 새는 어깨에 힘을 주고 멀리 날아갑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부러워하며 쳐다봅니다.
 
저 하늘 높이 하얀 구름이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지나갑니다. 나는 또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그 위에서는 뭐가 보이니?” “하하. 뭐가 보이냐구? 여기서는 안보이는 게 전혀 없지.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단다.”
 
나는 속이 상합니다. ‘이게 뭐야? 많은 가지 속에 파묻혀서 잘 보이지도 않구.’ ‘어? 간지러워-’
 
손님이 왔습니다. 개미 한 마리가 길을 잃었는지 내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나는 너무 반가웠습니다. 처음으로 나를 찾아 온 친구니까요.
 
“안녕?” 나는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안녕?” 개미도 땀을 흘리며 인사를 합니다.
 
“너는 어디서 오는 길이니?”
 
“응- 나는 땅에 사는 데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풍겨오길래 따라와봤더니 이 큰 나무에서 향기가 나잖아.”
 
“내가 큰 나무라고?”
 
“네가 속해 있는 나무가 엄청 크다고”
 
“그래? 그럼 다른 가지에도 가봤니?”
“그래- 헤맨 덕분에…” 개미는 정말 힘들었는지 아직도 헥헥거립니다.
 
‘내가 속해있는 이 나무가 정말 큰가봐…’ 나는 개미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궁금해서 또 물어봅니다.
 
“네가 있는 곳은 어떤 곳이니?”
 
“내가 있는 곳에 대해 얘기하려면 너무 오래걸려. 너는 내가 부러운가 보구나. 그런데 난 네가 부럽다.”
 
“응? 내가 부럽다구? 말도 안돼. 나는 네가 무척 부러운걸.”
 
개미는 숨을 가다듬고 얘기합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들은 얘기가 뭔 줄 아니? 바로 네 얘기야. 저 아래 몸통 나무는 계속 네 걱정을 하던걸?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잘 자라야 할텐데, 누가 봐도 예쁜 그런 가지가 돼야 하는데 하면서 말야. 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라구.”
 
“그게 정말이야?”
 
“그뿐이니? 지나오는 가지 가지마다 너 만나면 잘 지내냐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달랬는 걸?”
 
내 입가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모두들 날 그렇게 생각해주는지 정말 몰랐거든요.항상 맘대로 다니는 다른 친구들이 부러웠구요.
 
개미는 다 쉬었는지 한 마디하며 이제 내려가려 합니다. “너는 행복하겠다. 네가 정말 부러워.”
 
저 멀리 여행에서 돌아오는 새와 하얀 구름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 어?” 갑자기 센 바람이 불어옵니다. 새와 하얀 구름이 센 바람에 힘겨워 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저 아래 몸통 나무 쪽에서 부드러우면서도 큰 목소리가 울립니다. “강한 바람이구나. 조심해-”
 
몸통 나무가 힘을 주고 버텨줍니다.
 
또 다른 가지들이 흔들거리며 나를 보호해줍니다. 덕분에 나는 심술난 바람의 얼굴을 보지 못합니다. 아니 이제는 안봐도 됩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저 아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이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나는 무척 행복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세상에 즐거운 일이 많아 보여도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 안에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 글 권정일관장(서울신촌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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