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관장 편① 함께 자란 시간
김영희/부평교회 학생관장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보고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다가 너무나도 젊고 앳된 여학생들을 보고 아련한 추억에 잠겨 연신 미소를 띠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 해맑은 여학생들 사진 속엔 대학을 갓 졸업한 화장기 없는 저도 같이 있었습니다.
처음 학생관장의 직분을 받아 시무하게 된 전라남도 나주 천부교회. 1996년 1월, 집을 떠나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는 저는 애장품인 오디오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산 침대를 트럭에 싣고 나주로 향했습니다. 낯선 길, 낯선 도시. 저를 반기는 건 낯선 억양의 아이들과 어색하게만 들리던 저를 부르는 “관장님”이라는 목소리였습니다.
“야야~ 말투가 소프라노야~ 얼굴도 하얘!”서로 키득키득! 서울 말씨를 쓰는 제 목소리가 소프라노 톤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나주에 학생관장님이 안 계셔서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광주로 가서 예배를 드리곤 했고, 관장님이 오시기만을 학수고대했다고 합니다.
즐겁고 신났던 전도, 언제나 잊지 못할 감사한 시간
첫 발령지 나주에서 아이들도 나도 함께 성장해
나주는 아주 작고 조용한 도시였습니다. 저는 여성회 관장님과 시골 곳곳에 사는 권사님들 자제를 만나기 위해 시골로 심방을 다녔습니다.
그 가운데 집이 시골이라 통학이 어려워 교회에 잠시 기거하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듣는 하나님 말씀은 그 학생에게는 신세계였습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오묘한 진리를 깨달은 듯 질문이 많았고 그 후 하나님을 모르던 오빠, 동생을 전도하고, 학교 쉬는 시간에 이 아이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친구들에게도 전했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이 학생이 십일조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후로 수첩에 매일 뭔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 안을 살펴보니 매일 자기가 받았던 모든 것을 적어 놓고 그에 해당하는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생활 중에 작은 것을 받았을 때도 하나님께 먼저 감사드리는 그 학생의 마음가짐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1996년, 처음으로 전국 어린이 전도의 날이 있었습니다. 전도의 날을 맞아 반사들과 아이들에게 줄 초대장을 만들었는데 밤이 새는지도 모르게 웃으면서 만들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전도의 날 처음으로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거대한 브로마이드 같은 그림을 손수 그려 세일러문과 사진찍기 프로그램도 하고 여학생 반사들이 준비한 립싱크 공연, 신데렐라 연극도 각색해서 공연했습니다.
일요일 모든 일정이 끝나면 어디선가 음악과 함께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관장님 맛난 거 먹어요, 치킨이 먹고 싶어요!” 너무나도 재치있고 즐거운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때 반사 아이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여학생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전도를 재미있게 했었는지, 그 반사들과 나주 교회 근처인 왕곡, 문평 천부교회에서도 아이들을 전도해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다 준비해주신 곳에서 사회 초년생과도 같은 저는 그렇게 관장님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