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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관장 편 ④ 달라진 ‘쫀득이’, 나를 부끄럽게 하다

달라진 '쫀득이', 나를 부끄럽게 하다
발행일 발행호수 2176

벚꽃축제에서 교회 친구들과 사진을 찍은 쫀득이 소화양(오른쪽 두번째)

드디어 우리 쫀득이가 ‘전도’를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작년 11월에 헌금 드릴 걸로 문구점 앞에서 쫀득이 사먹고는 맘이 불편해 우울해 하던 아이를 기억하세요? 그 아이의 별명이 ‘쫀득이’가 됐는데, 이번에 친구를 전도 했어요.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아이의 소망 중 하나가 연말에 ‘전도자 만찬회’에 참석해 보는 거예요.전도는 하고 싶지만, 데리고 올만한 친구가 없어서 2년을 고민 하던 중에 이번 ‘전국 학생전도의 날’에 드디어 친구 2명을 데리고 왔어요.
 
겨우 2명이라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이 2명도 쉽지는 않았답니다. 친구를 전도 한다는 설레임에 토요일에 학교가 끝나고부터 교회에 와서는 늦게까지 다음날 예배준비를 하고 간식이며 많은 것을 선생님들과 함께 챙기며 정성을 들였고, 심방도 함께 하고, 다음날 새벽예배도 드리면서 친구들을 기다렸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그만 친구들이 약속을 어긴 거예요. 아침부터 전화를 하고 다짐을 하고 했는데, 이번 주는 못 가고 다음 주에 오겠다고 하는 통에 기다림에 지친 우리 쫀득이   는 왈칵 서러워서 교회 처음 나온 아이들도 많은 날 얼마나 서럽게 울고 투정을 부리든지 달래느라 혼이 났답니다.
 
그 다음날부터 소화(쫀득이)는 학교에 가자마자 친구들이 이번 주에도 약속을 어길까봐 월요일부터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몰라요.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관장님! 요번엔 완전 제대로 꼬신 것 같아요” 꼬셨다는 말은 하지 말고 다른 말 없냐고 했더니 확실히 설득해 놨으니까 이번 주는 걱정 말라고 도리어 저에게 안심하고 있으라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전도를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교회에 자주 오고,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고, 투정부리는 것도 3년에 한번 정도만 하기로 약속하고, 교회에 나오다가 잘 안 나오고 있는 아이를 저보다도 더 잘 챙겨 준답니다.
 
어느 날인가 소화가 큰 소리로 전화를 해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관장님! 00이가 아빠 때문에 이제 교회에 못 나온데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더 큰 소리로 따졌습니다. “어쩌실 거예요?” 우리 ‘쫀득이’는 이런 일이 생기면 관장님이니까 어떻게 하든 해결을 해야 된다고 믿거든요. 맞는 말이지만 ‘얘야, 관장님이 부족한 게 많아서 빨랑 해결을 못 해줘서 미안하단다.’“나도 찾아가서 설득해 볼 테니까, 너도 그 아이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줘”
 
그리고 이틀 뒤 전화가 와서는 그 아이가 어떻게 됐냐, 찾아 가 봤냐, 부모님은 만나 봤냐고 물어 보는 거예요. 사실 저는 그 아이에 대해 잊고 있었거든요.“아직 못 가봤어” 작은 소리로 제가 말했죠. “에이~ 그럼요, 제가 학교 끝나고 가 볼 테니까 버스 타는 것 좀 가르쳐 주세요.”“아니! 아니야! 내가 오늘 가 볼게. 너 길도 잘 모르잖아”그래서 그날 오후에 쫀득이와 함께 그 집을 찾아 갔답니다. 그런데 그 아이 엄마가 동네에 있는 타 종교 사람들이 우리 종교에 대해서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 줬다고 하면서 보내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참을 이야기 한 끝에 엄마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해서 돌아 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리 ‘쫀득이’가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제가 할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신앙촌에 와 보지도 않고 왜 함부로 말을 하느냐, 그러고도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냐? 우리가 무슨 피해를 줬냐? 왜 그런 말로 사람들한테 나쁜 영향을 끼치느냐? 내가 예전에 그런 종교에 다녔다는게 창피하고 부끄럽다’ 등등 어찌나 말을 야무지게 잘 하는지 함께 갔던 다른 아이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언니! 앞으로는 나 다른 교회 안 갈게.”하는 거예요.
 
조금 전에도 ‘쫀득이’가 전화를 해서는 부활절이 다가 오니까, 아이들이 흔들린다면서 왜 그 모양인지 한심스럽다는 거예요. 우리 ‘쫀득이’는 예수 이야기만 나오면 못 참아요. 천국 세계도 모르고 이슬성신으로 죄가 씻어지는 것도 모르면서 허풍을 떨며 거짓말을 한다고 열을 내거든요.
 
우리 쫀득이는 처음 봐서는 겉모습이 호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끈기있게 아이들을 챙기고, 아직은 미흡하지만 좋은 면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이 아이를 보면서 우리들은 요즈음 많이 부끄러워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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