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經濟 리포트] 무역 1조달러 시대의 과제
강계만지난해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차게 이겨내면서 역대 최대인 41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수출규모만 보면 4674억 달러로 세계 7위였다. 수출액과 수입금액을 합한 무역규모는 총 8931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무역규모가 1조달러를 바라보고 있으니 6.25전쟁을 거치면서 서방국가의 원조를 받던 무역규모 1억달러 소국에서 60년 만에 기적을 이뤘다고 평가할 만하다. 굶주림을 참아가며 산업현장을 키워온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성과다. 무역규모 1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등 8개국밖에 없다. 이제 우
리는 세계 경제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대외환경을 그리 낙관하기는 힘들다. 연초부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베트남 국영조선업체 비나신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그리스 아일랜드 등 서유럽은 재정위기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벌써부터 금리를 올려가며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2년째 대규모 무역흑자를 거두다보니 선진국들의 견제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1월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무역불균형과 환율문제로 논란이 된 것도 막대한 무역흑자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의 무역흑자를 반기면서도 `쉬쉬 하는 것은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음 10년을 준비하게 될 2011년은 무역 1조 달러라는 덩치만큼이나 실속을 챙겨야 할 때이다.
무역의존도가 어느덧 85%까지 육박하다보니 세계 경기변화에 따라 환율이 조금만 급변동해도 우리 경제는 몸살을 앓는다. 수출입 제품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아 ‘차이나 리스크’에도 심각하게 노출됐다. 일본에서 핵심 부품소재를 수입해서 가공한 뒤 수출하는 구조이다보니 대일무역적자는 지난해 사상최대인 350억달러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2년 연속 400억 달러대의 무역흑자를 올렸지만, 중소기업이나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무역흑자의 온기를 산업 밑바닥까지 불어넣고 외풍에 끄덕없는 경제체력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한EU FTA를 발판으로 기업들은 글로벌화에 가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두 개의 거대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입지를 다져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 산업과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R&D도 절실하다. 원천 기술 없이 가공품목 위주로 수출하다가는 중국에 반드시 밀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거대 소비시장이면서 생산거점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산업영토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미개척시장에도 계속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무역규모 확대에 보조를 맞춰 국내 내수시장 파이도 커져야 한다고 본다.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일감이 돌아가서 경제 전체적으로 활력을 찾아야만 안정적으로 무역 1조달러를 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