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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할 수 없는 좋은 향기는 순간순간 갖가지 향기로 변해

전삼록 권사(1) / 덕소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200

저는 1927년 함경남도 북청군 덕성면에서 5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친정에서 아무 종교를 믿지 않았던 저는 열여덟 살에 결혼한 후부터 시댁 어른들을 따라 그리스도의 교회(1930년대 한국에 들어온 미국의 개신교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시할머님의 오빠 되시는 분(동석기 목사)이 미국에 다녀온 후 덕성면에 세운 교회라고 했습니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남편은 교사 생활을 하는 한편으로 교회 일에 매우 헌신적으로 활동했습니다.

6.25 전쟁이 지난 후 재산도 잃고 가족도 잃고 막막한 중에
1955년 큰 은혜가 내린다는 ‘박태선 장로님’의 집회 이야기 들어
‘은혜 받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 남산집회에 참석해

생전 처음으로 종교를 갖게 된 저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하며 나름대로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감동도 없이 찬송가 몇 곡을 부르고 설교를 듣는 예배 시간이 그저 습관적으로만 보일 뿐이었고, 교회에서 말하는 신앙이란 형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님을 믿을까? 교회에 다니기 전과 달라진 점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신앙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교회에서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남편과 저는 이남으로 내려와 서울 용산에서 살면서 북아현동에 있는 그리스도의 교회에 나갔습니다.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 혼란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남편이 부산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급한 연락을 받고 부산에 내려간 후로 연락이 끊어져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저는 돌이 지난 아들과 함께 남부여대(男負女戴)의 피난 행렬에 끼어 이곳저곳으로 피난을 다녀야 했습니다.

1953년 휴전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전쟁이 휩쓸고 간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참담했습니다. 폭격을 맞아 허물어진 거리, 잿더미로 변한 집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와 넋을 잃은 사람들……. 저 또한 이북에서 내려와 아무런 기반이 없는 데다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남편마저 잃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운 속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 갔습니다.

그러던 1955년 어느 날, 동네 사람들로부터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서울 곳곳의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실 때 큰 은혜를 내리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했다면서 너도나도 떠들썩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어디를 가나 박 장로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고 궁금해진 저는 남산 광장에서 열리는 박 장로님의 집회에 첫날부터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55년 3월 26일이었습니다.

남산의 기나긴 돌계단을 올라 집회장에 도착했을 때, 까마득한 곳까지 펼쳐져 있는 엄청난 천막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회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행렬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빼곡히 모여서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집회 첫날에는 일곱 살인 아들 동익이를 데리고 갔었는데, 한창 예배를 드리던 중에 동익이가 “엄마, 어디서 되게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냄새도 맡아지지 않는 데다가 산에서 그런 냄새가 날 리 없기에 ‘얘가 요새 감기를 앓아서 밥을 잘 못 먹더니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하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또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숨을 들이마시자, 옆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아이가 은혜를 받는군요.” 하며 말을 건네셨습니다. 그래서 은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지금 하늘의 향기를 맡은 것이라면서 그것이 바로 은혜라는 것이었습니다.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라 그저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열이 오르며 아팠던 아이는 그날 집회에 참석하고는 언제 아팠었나 싶을 정도로 깨끗이 나아 있었습니다.

열흘간의 집회 기간 동안 매일 네 번의 집회가 연속해서 열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직 예배에만 열중했습니다. 저 또한 첫날 집회에 다녀온 후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계속 참석하고 싶었는데, 어린 아들이 같이 있기는 힘들 것 같아서 친한 할머니 집에 맡겨 두었습니다. 장로교회에 다녔던 그 할머니에게 남산 집회에 참석한다고 이야기했더니, 할머니는 박 장로님 집회에 다녀온 사람들마다 향기가 난다, 은혜를 받았다 하며 좋아하던데 그게 사실이냐며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찬송을 부를 때였습니다. 제가 갑자기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 속에 들어간 것처럼 몸 전체가 말할 수 없이 뜨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펄펄 끓어오르며 불로 모조리 태워 버리는 것처럼 뜨거운 느낌을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아, 은혜를 받는다더니 이게 은혜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불이 차차 사라지더니 별안간 백합화 향기같이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향기가 어디서 나는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향기가 날 만한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 향기는 한 가지 냄새가 아니라 갖가지 향기로 계속 변하면서 맡아졌습니다. 순간 향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무엇이 썩는 듯한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이 타는 냄새라고 해야 할지 생전 처음 맡아 보는 악취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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