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이행전망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유럽정상들은 비핵화까지
제재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
김위원장, 한반도 비핵화 노력 확약
신뢰의 근원은 실천에 있어
2018년 들어 한반도에서 대화국면으로의 극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우선의 한반도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정책,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핵 병진정책 결속과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의 채택으로 남북미가 ‘이익의 조화점’을 찾음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급진전할 것 같았던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이행로드맵 합의와 초기조치를 교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의견 차이를 노출하면서 정체국면에 빠지기도 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고 10월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평양방문을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대화의 모멘텀을 살렸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이행로드맵에 합의하고 비핵화 초기조치와 상응조치(종전선언, 제재완화, 관계개선 등)의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영변 핵시설 단지의 영구 폐기 등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가시화하고 이에 따른 제재가 완화돼야 본격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유럽을 방문하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려 했지만 세 나라 총리들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위한 좀더 확고한 행동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비핵화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CVID를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제재완화 요구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해 11월부터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과 발사대 폐기를 약속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까지 밝혔기 때문에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정상들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본격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제재완화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경로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 진척에 따라 대북제재를 완화해 나가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은 CVID 방식의 선비핵화 조치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까지 제재가 필요하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중에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비핵화 시한을 밝히고,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확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할 만큼 북미 최고지도자들 사이에는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 북미 지도자들 사이의 신뢰의 근원은 실천에 있다. 미국의 11월 6일 중간선거, 미중 무역갈등 등의 변수가 작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북미협상의 진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