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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장에 진동하는 향기는 하나님 주시는 하늘의 은혜

김덕화 권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418

저는 1924년 황해도 옹진군 용천면에서 5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습니다. 서포산내리라고 불렸던 고향 마을은 집집마다 가까운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잡아 오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시골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아버님이 곡물 장사를 크게 하셔서 항상 쌀가마니가 창고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면장 일을 보셨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 자주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식사를 준비해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셨습니다.

제 나이 열서너 살 무렵 동네에 예배당이 생기면서 이웃들이 예배당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목사라는 분이 종종 아버지를 찾아와 교회에 나오기를 권했지만 아버지는 가지 않으셨고 오히려 예배당 문턱에도 가면 안 된다고 식구들에게 엄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가고 싶었으나, 아버지뿐 아니라 집안 어른들까지 예배당은 젊은 남녀가 어울려 희롱하는 곳이니 가지 말라고 하셔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후 스무 살에 결혼해 1남 2녀를 두었을 때 6·25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시댁에서 큰 배를 빌려 친척들이 전부 배를 타고 이남으로 내려왔습니다. 시댁은 원래 부유한 지주였으나 난리 통에 농토와 재산을 고스란히 이북에 두고 왔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저희 가족은 친척들과 함께 인천에서 살다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서울 노량진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1955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인천 송림동 시댁에 갔더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시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부흥집회에 다녀온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박 장로님께서 은혜를 주신답니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래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은혜가 무엇인데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시누이도 그분들과 같이 집회에 가 봤다고 했습니다. 시댁은 교회와 거리가 먼 유교 집안이었고 경찰관이었던 둘째 시누이는 항상 바빴기 때문에 부흥집회에 다녀왔다는 것은 뜻밖이었습니다. 시누이는 집과 가까운 동산중학교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호기심에 한번 가 봤다고 했습니다. 들것에 실려 온 중환자들이 다 나았다고 환호성을 치며 떠들썩하더라고 했습니다. 그날도 집회가 열리니 같이 구경하러 가자고 하여 저는 궁금한 마음에 시누이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인천 동산중학교 집회에 처음 참석
예배 중에 맡아지던 아주 좋은 향기에
누가 고급 화장품을 발랐나 의아해하며
주변 둘러보는데 순식간에 향기 사라져

동산중학교 운동장은 여느 학교 운동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었습니다. 운동장에 가마니를 깔고 천막이 쳐져 있었으며 천막 안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예배 시간에 모두들 손뼉을 치며 찬송을 불렀는데 저는 찬송을 몰라서 따라 부르지 못하고 손뼉만 쳤습니다. 그런데 누가 값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왔는지 예배 중에 아주 좋은 향기가 났습니다. 그때는 전쟁이 끝나고 모두 가난할 때라 화장한 사람을 보기 드물었습니다. ‘이런 고급 화장품을 바르는 사람은 얼마나 멋지게 차려 입었을까?’ 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웬일인지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화장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 향기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진하게 맡아지던 향기가 순식간에 없어지니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산중학교 집회에서 난생 처음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마음이 너무도
기쁘고 즐거워져 사람들이 힘차게 찬송을 부르며 얼굴이 배꽃처럼
환하게 핀 모습을 보면서 예배를 드리면 이렇게 기쁘고 좋구나하고 생각해

찬송이 끝난 후 신사 분이 단상에 올라오셨습니다. 둘째 시누이는 ‘저분이 집회를 인도하시는 박태선 장로님’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단상에 서신 박 장로님을 바라보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박 장로님의 얼굴 뒤로 환한 광채가 비쳤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봤다고 생각했지만 박 장로님께서 단상의 이쪽저쪽으로 다니시자 광채도 이쪽저쪽으로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누이에게 이야기했더니 자신은 그런 광채가 전혀 안 보인다며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난생처음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마음이 참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이 힘차게 찬송을 부르며 얼굴이 배꽃처럼 환하게 핀 모습을 보면서 ‘예배를 드리면 이렇게 기쁘고 좋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단상에 서신 박 장로님을 바라보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박 장로님의 얼굴 뒤로
환한 광채가 비치고 이쪽저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광채도 따라서 움직여
시누이는 안 보인다며 신기하다고 해

그 후로 시댁에 갈 때마다 둘째 시누이가 박 장로님의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인천에 전도관을 세우셨다는 소식을 듣고 시누이와 같이 가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시댁에서는 둘째 시누이를 비롯해 셋째 시누이와 시어머니, 시당숙모까지 전도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1957년 무렵부터 마포에 있는 서울 중앙 전도관(이만제단)에 다니다가 얼마 후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숭의동전도관에 다녔습니다.

저는 전도관에서 예배드릴 때 향기를 맡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찬송을 부를 때나 설교 말씀에 열중할 때 좋은 향기가 맡아졌으며, 그때마다 마음이 기쁘고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설교 시간에 박 장로님께서 “지금 향기가 진동하는데 맡은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하셔서 저도 손을 들었습니다. 그때 말씀하시기를 이 향기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하늘의 은혜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향기를 맡은 것이 은혜를 받은 것임을 알게 되었고 ‘나한테도 은혜를 주시는구나.’ 하며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에도 기쁘고 즐거워서 집에 돌아와 계속 찬송을 불렀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면서 찬송을 부르는데 어느 순간 좋은 향기가 진동을 했습니다. 예배 시간에 맡았던 바로 그 향기였습니다. 아궁이에서 장작이 타는 냄새도, 솥에서 밥이 끓는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고 향기만이 부엌을 가득 채운 것처럼 진하게 맡아졌습니다. 그때 기쁘고 감사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덕화 권사님 신앙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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