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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지도 못하던 내가 안찰 받고 날아갈듯 10리길 걸어

유숙희 권사(1) / 부천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08

192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저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상주 장로교회에 다녔습니다. 열여덟 살에 결혼한 후에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나름대로 신앙생활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1956년경 서울 혜화동으로 이사 가서는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혜화동 장로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때 즈음 저는 지병인 허리 병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열세 살 때 뒤로 넘어지면서 허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침을 많이 맞고 약도 오래 먹어 봤지만 잘 낫지가 않아서 늘 조심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이사 온 후부터 몸이 약해지면서 허리 병이 도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집과 가까운 교회까지는 걸어서 다니곤 했는데, 증세가 점점 심해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돌아눕지도 못하게 되자 교회에 전혀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약을 지어 매일 다려 먹어도 소용이 없어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아이들이 다 달라붙어서 일으켜 주어야 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가 너무 아파 늘 누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살면서 돈암동전도관에 다니는 김 집사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김 집사님은, 제가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며 전도관에 다니면서 병이 나은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혜화동 장로교회 목사님에게 들은 말이 있어 그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전도관은 이단이니 절대 가지 말아야 하며, 전도관에 가서 병 나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그것은 다 거짓으로 꾸며 낸 이야기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김 집사님은 며칠 동안 계속 저를 찾아와 권유했습니다. 지금까지 약도 써 보고 갖은 방법을 다 해도 병을 못 고쳤던 사람들이 안찰을 받고 나은 것을 많이 보았다면서, 마침 며칠 후에 박태선 장로님께서 안찰을 해 주시니 한 번 받아 보라고 했습니다. 혹시 제 병도 나을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자기도 안찰을 받고 싶다며, 그러면 오랫동안 앓아 온 위장병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김 집사님의 간곡한 권유에 점점 마음이 움직여 병만 낫는다면 안찰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김 집사님과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돈암동제단의 어느 교인 집에 갔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저는 아픈 것을 간신히 참으며 벽에 기댄 채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안찰하시는 시간에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자리에 누워 안찰받을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제일 먼저 어떤 남자 분이 안찰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어찌나 소리를 지르는지 지붕이 다 들썩이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배에 살짝 손을 대시며 안찰하셨지만, 그 사람은 너무 아픈지 팔다리를 휘두르며 발버둥을 쳐서 옆에 있던 사람들이 붙잡아 주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무척 당황하더니 안찰도 받지 않고 집으로 가 버렸습니다. 저도 저렇게 아프면 어쩌나 걱정되었지만 병만 낫는다면 아무리 아파도 참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김 집사님의 부축을 받아 박 장로님 앞에 갔습니다. 먼저 눈 안찰을 해 주셨는데, 박 장로님 손이 눈에 닿는 순간 번쩍번쩍하고 별이 보이면서 얼마나 아픈지 눈알이 빠지는 것 같았고, 눈물이 하염없이 줄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배를 안찰하실 때는 “혈기가 많다.”고 하시며 이 혈기를 다 없애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안찰을 끝내신 후 갑자기 “일어나 뛰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꼼짝도 못하는데 어떻게 일어나나?’ 하며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그러자 박 장로님께서 다시 배를 한 번 치시면서 “일어나 뛰라!”고 하실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은 것이었습니다. 일어난 것이 너무 신기해서 ‘이게 웬일이야?’ 하며 놀라는 순간, 박 장로님께서 허리를 한 번 쳐 주셨습니다. 그러자 누가 일으켜 주는 것처럼 순식간에 일어났는데,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고 몸이 가뿐한 것이 저 자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걸어 보니, 정말 언제 아팠더냐 싶게 멀쩡한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던 제가 일어나 걷는 것을 보고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김 집사님은 너무 잘됐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했습니다.

김 집사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너무 신기하다.”, “어쩜 이럴 수가 있나?” 하며 신기하고 기쁜 마음에 연신 웃음이 나왔습니다. 혼자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하던 제가 날아갈 듯이 가벼운 걸음으로 10리나 되는 길을 걸어서 온 것이었습니다. 집에 먼저 와 있던 남편은 멀쩡해진 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안찰받고 병이 나은 거냐?”, “혹시 아픈 것을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 하면서 도무지 믿지를 않았습니다.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냐며 진짜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고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고 했더니, 남편은 자기도 안찰을 받을 걸 그랬다며 무척 안타까운 기색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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