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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광채를 발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고귀하고 신비로워

오경근 관장(1) / 죽성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354

저는 1939년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도이리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장손이셨던 아버님은 제사를 극진히 모시고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셨으며, 어머님은 종갓집의 살림을 돌보시며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분이셨습니다. 시골 농가였던 저희 집은 농사를 크게 짓고 식구들이 부지런히 일하면서 부족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6.25 전쟁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산나물을 뜯어 와서 반찬으로 먹었는데 그다음부터 저는 속이 메스껍고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대소변으로 피까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는 채독(菜毒)이라며 채소에 있는 독성이 온몸에 퍼졌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지어 먹어도 좀처럼 낫지 않았는데 시골에 변변한 병원이 없는 데다 전쟁 중이라 도시의 큰 병원을 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질병이 되었고, 속이 메스꺼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몸이 눈에 띠게 여위어 갔습니다. 항상 누렇게 떠 있는 제 얼굴은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원래 잔병치레 없이 건강했던 저는 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활동하며 공부도 열심히 했었는데, 병을 앓고부터는 기운이 없어서 학교에 자주 빠지게 되었습니다.

건강했던 제가 시름시름 앓게 되면서 마음에도 병이 찾아왔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집안일을 열심히 돕고 공부도 잘하는데, 저는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 드린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이 괴로웠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였던 저는 ‘내가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며 비관하고 낙담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나 하나 없어지면 부모님이 편하시겠지.’ 하는 절망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유서까지 썼다가 겨우 마음을 돌이킨 적도 있었습니다.

박 장로님 머리 위로 둥그렇고 밝은 광채가 둘리어 있고
얼굴에선 환한 빛이 나와, ‘세상에 이런 일이….’
그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친척 언니가 박태선 장로님의 집회에 다녀왔다면서 “그분이 집회를 하시면 수많은 병자들의 병이 낫는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병색이 짙은 저의 얼굴을 보고 “너도 박 장로님 집회에 가면 병이 나을지 몰라.”라고 했지만 저는 별로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하는 말이, 박 장로님 집회에서 꼽추의 등이 펴지고 앉은뱅이가 일어서는 것을 직접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내 병도 나을지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박 장로님 집회에 참석하고 싶어졌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들으셨던 작은어머니(故 김덕봉 권사)도 박 장로님 집회에 가고 싶어 하셨는데, 때마침 박 장로님께서 서울에 큰 교회(이만제단)를 세우시고 열흘 동안 개관집회를 하신다고 하여 작은어머니와 같이 서울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57년 4월이었습니다.

서울 이만제단은 한강 변의 산언덕에 우뚝 세워진 큰 교회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언덕길을 가득 메우며 교회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건물의 규모에 놀라고 물밀듯이 밀려가는 인파에 더욱 놀랐습니다. 예배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는데 저는 기도할 줄을 몰라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태선 장로님께서 등단하신다고 하여 고개를 드는 순간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장로님의 머리 위에 둥그렇고 밝은 광채가 둘리어 있고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며 그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광채를 발하시는 모습이 고귀하고 신비롭게 보여서 ‘저분은 하늘에서 오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강대상을 힘차게 내려치시자 불꽃이 튀어나와 사방으로 퍼져
저에게도 불덩어리가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지더니
잠시 후엔 아주 역겨운 냄새가 풍기며 죄 타는 냄새가 진동

박태선 장로님께서는 “마음 문 여세요.” 하신 후 찬송을 인도하셨는데, 한 가지 찬송을 계속 반복해 부르셔서 찬송가를 모르는 저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찬송하던 중에 강대상을 “쾅! 쾅!” 하며 힘차게 내려치시자 거기서 불꽃이 튀어나와 사방으로 팍팍 퍼지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꽃이 튀어나온 순간 저에게 불덩어리가 ‘확!’ 하고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갑자기 뜨거워지더니 잠시 후에는 아주 역겨운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냄새는 노린내와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고약했는데, 시골에서 개털을 태우는 냄새를 맡아 봤던 저는 ‘개털이 타는 냄새보다 더 지독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영화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지나간 일들이 생생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께 사소한 거짓말을 했던 일이나 서커스 공연을 보려고 몰래 개구멍으로 들어갔던 일같이 까맣게 잊어버렸던 일들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그 일이 기억날 때마다 ‘부모님을 속였으니 잘못했구나.’ ‘값을 치르지 않고 서커스를 본 것은 죄가 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서를 쓰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것을 돌아볼 때는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은 부모님께 불효가 되고 하나님 앞에 큰 죄가 된다.’라는 뉘우침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눈물이 우러나오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기억지도 못하던 사소한 잘못들이 눈 앞에 떠오르며 회개의 눈물이 나와
한참을 울고 있을 때 어디선가 아주 싱그럽고 상쾌한 향기가 진동해
그 향기는 맡으면 맡을수록 기쁨이 용솟음치며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와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을 때 어디선가 아주 싱그럽고 상쾌한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달콤한 과일 향기 같기도 하고 싱싱한 백합꽃 향기 같기도 하며, 수백 가지 좋은 냄새가 다 들어 있는 듯한 그 향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왜 그리도 기쁘고 즐거운지 마음속에 기쁨이 용솟음치는 것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쏟아지던 눈물이 어느새 멈추고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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