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해 주시면 아픔이 씻은 듯이 사라져”
<신앙체험기 525회> 기장신앙촌 이정균 관장 1편이정균 관장 기장신앙촌
저는 1948년 3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고집이 셌던 저는 어머니와 5남매가 집 근처 군산전도관에 다닐 때도 혼자만 따라나서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감기로 열이 심하게 났을 때 어머니가 전도관에서 가져오신 생명물을 마시고 몸이 나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저 시간이 지나 감기가 나은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혼자 남아 있던 저는 심심한 마음에 처음 군산전도관을 찾아갔습니다. 가족들이 제단에 다닌 지 1년 만인 1963년,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제단에 나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예배를 드리던 중 갑자기 머리카락 타는 듯한 노린내가 코를 스쳤습니다. 곧이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과일 향 같기도 하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특별한 향기였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죄 타는 냄새와 하나님의 은혜의 향취라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체험을 통해 이곳에는 분명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배우며 제단에 다니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일학교 반사로 아이들을 돌보았고, 예배 시간에는 찬송에 맞춰 북을 치기도 했습니다. 예배가 끝나면 관장님께서 반사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말씀 공부를 해주셨는데, 나이가 어린 저도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성경 한 번 제대로 펼쳐본 적도 없고 말씀도 잘 알지 못했던 저였지만, 어른들 틈에 앉아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반사 선생님들이 성경을 읽으며 생긴 의문점들을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매주 듣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여러 내용들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 성경과 예수에 대해 밝혀 주시며 예수를 통해서는 구원이 없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을 때,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하나님께서 순회 집회로 군산전도관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집회가 있던 날, 저는 몸이 좋지 않아 집에 누워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하나님을 뵙기 위해 먼저 집회에 갔고, 혼자 남아 있던 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힘든 몸을 이끌고 군산전도관으로 향했습니다.
예배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미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창문 밖 마당에 서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저도 예배를 드린 뒤 안수 시간에 줄을 섰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하나님께서는 제 머리를 가볍게 쳐 주시더니 갑자기 “나가서 제단을 살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얼떨떨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당으로 나와 보니 안수는 거의 끝나 가고 있었고, 관장님들이 서 계셨습니다. 혹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나 싶어 잠시 서성였지만 별다른 일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하나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그 뜻을 알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무렵 군산제단에는 탁구대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탁구를 좋아해 친하게 지내던 이금선(현 구로교회)이라는 친구를 제단으로 데려와 함께 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탁구를 치러 제단에 왔던 금선이도 점차 예배에 관심을 가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전도관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금선이와 저는 신앙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금선이가 신앙촌에 가겠다고 저희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전까지는 신앙촌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어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선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같이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신앙촌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저는 먼저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먼 곳으로 자식을 보내는 것이 걱정되어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셨지만, 제가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을 아시고 조용히 짐을 챙겨 주셨습니다.
며칠 후, 아버지께서는 저와 금선이를 부르셨습니다. 제게 왜 신앙촌에 가려는지 물으셨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버지께서는 더 묻지 않으시고 “가서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떠나는 날에는 직접 짐을 챙겨 주시고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1971년 5월 3일, 금선이와 함께 기장신앙촌에 입사했습니다.
신앙촌에 들어와 보니, 하나님께서는 평일 새벽마다 직접 예배를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면 저희는 덕소와 소사신앙촌을 비롯한 여러 제단에서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하나님을 기다리기 위해 예배실에 모여 있곤 했습니다. 저 멀리서 차량의 불빛이 창문으로 비치면 하나님께서 돌아오시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순간이 어린아이처럼 설레고 기뻤습니다.
신앙촌에서 지내는 하루하루는 은혜의 창파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저와 금선이는 제4봉제공장에서 단추 다는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문득 고개를 들어 공장 안을 둘러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밝고 평안해 보였는지, 마치 천사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좋은 곳을 내가 왜 이제야 왔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저는 신앙촌에서 느낀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 자주 집으로 보내곤 했습니다.
그해 여름, 업무차 부산에 내려오신 아버지께서는 시간을 내어 신앙촌을 찾아오셨습니다. 혹시 제가 힘들어 보이면 데리고 가실 생각으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신앙촌 곳곳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여러 곳을 둘러보신 뒤 집으로 가신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 “정균이가 너무 밝아 보이고, 천사처럼 보여 집에 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정년퇴직을 앞두고 아버지께서는 “나도 정균이처럼 신앙촌에 들어와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 후 저는 재단실을 거쳐 여러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고, 업무를 보고드리기 위해 하나님을 자주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심한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르고 콧물이 계속 흐르는 데다 왼쪽 편두통까지 심해 몸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날도 하나님께 보고드릴 서류가 있어 집무실로 올라갔습니다. 저는 아픈 것도 잊은 채 탁자 위에 서류를 펼쳐 놓고 보고 내용에만 정신을 쏟았습니다. 한참 보고를 드린 뒤 고개를 들었을 때, 하나님께서 제 왼쪽 머리에서 손을 거두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보고에만 집중하느라 안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보고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와 평소처럼 업무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한창 일하다 보니 아침까지만 해도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열이 나던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하나님께서 제 몸을 낫게 해주셨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눈에 다래끼가 심하게 나 안대를 한 채 보고를 드리러 간 적도 있었습니다. 눈이 심하게 부어올라 며칠 만에 쉽게 나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안대 위에 손을 얹으시고 한참 동안 축복해 주신 후, 하루 이틀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또 폐결핵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 한 여청을 데리고 하나님께 안찰을 받으러 간 일도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온 힘을 다해 안찰해 주셨고, 저는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안찰을 마치신 하나님께서는 그 여청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셨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배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한 심한 기침을 쏟아내셨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하나님께서 죄를 친히 안아 맡아 소멸시켜 주신다고 하신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인간을 위해 그토록 큰 고통을 감당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죄송함과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한 번은 외근을 다녀와 하나님께 보고를 드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밖에 나가 일을 보던 중 길가에서 들려온 유행가가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떠나지 않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흐려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고를 드리려고 하자 하나님께서는 마치 제 속을 다 들여다보고 계신 듯, 방금까지 떠올리고 있던 유행가의 한 구절을 그대로 말씀하시며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직후부터 그토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노래가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때 저는 하나님께서 겉으로 드러난 행동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까지도 모두 알고 계신 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