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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현실과 과제

이영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경제학 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195

이영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경제학 박사

2005년 한국경제는 4% 성장했는데 비해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6.4%, 후발국인 중국과 인도는 10.2%와 8.4%의 고성장을 구가하였다. 또 한국경제는 일부 수출산업과 IT산업은 호황을 누리는데 노동집약적인 내수산업은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 이렇게 오늘날 한국경제는 국제적으로 상대적인 침체와 국내적으로 부문간의 불균형이란 두 가지 몸살을 한꺼번에 앓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한 마디로 투자가 부진해서 그렇다. 옛날 고도성장기에는 투자자금이 부족해서 외국에서 돈을 꾸어오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달라져 약 400조의 여유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빙빙 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투자가 일어나지 않은가. 고도성장기에는 한 해에 창출된 국민소득의 20~30%가 공장을 짓고 일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새롭게 투자되었는데, 지금은 고작 3~4%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시장이 좁고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경제가 두 가지 몸살을 털고 일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실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장을 넓히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투자는 저절로 일어나고 일자리도 저절로 창출되고 부분간의 불균형도 저절로 해소된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한국경제에서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 막고 있는 최대의 장애물은 정부이다. 최근에 나온 한 조사에 의하면 2006년 1월 정부는 무려 257개의 법률에 기초한 537개의 정부계획과 77개의 기금을 운영 중이며, 이를 위해 거두어들이는 각종 비공식적 준조세의 수준이 공식적인 법인세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정부계획의 상당수는 민간의 자유로운 시장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현 정부는 오히려 정부의 역할을 증대하는 데 힘을 다하여 정부규제를 신설하고 공무원의 수를 늘리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그것도 따지고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다. 곧 미국과 일본 등, 선진경제와 시장통합을 서두르는 일이다. 시장통합이라 하면 사람들은 상품이나 자본이 오고가는데 관세를 비롯한 각종 장애물을 없애는 것만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방면이라면 한국경제는 이미 꽤나 열려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왜 활발하게 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은가. 다름 아니라 우리 국내에 보이지 않은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위에서 지적한 번잡한 정부규제가 그 한 가지라면, 지독히도 투쟁적인 노동조합이 또 한 가지 장애물이다. 노동조합이 투쟁적인 나라에 투자하려는 멍청한 자본가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장애물을 더 지적한다면 우리 한국인들의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들 수 있다. 투자를 해주면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를 지배하려 한다고 경계하는 마음가짐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한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고 선진화의 대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겸손하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 필요가 있다. 우리민족끼리? 천만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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