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호사카유지 / 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1945년 8월15일 제국주의 일본은 패전했고 주권은 국민에 돌아갔다. 그리고 천황(일왕)은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현 아베정권은 이런 2차 대전 이후의 역사를 부정하고 군대와 천황 주권을 일부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헌법 제9조를 개정하여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개편하려는 아베정권은 아베노믹스의 경제적 성공에 의한 국민적 지지율을 배경으로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부정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아소 타로 부총리는 “침략이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남북전쟁에 대해서도 남부는 북부의 침략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북부는 미국 내 시민전쟁이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라고 했다. 바로 처음부터 아베정권은 일본이 침략 국가였다는 세계적 상식을 부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고 그 인식이 아베총리의 ‘침략이란 아직 학술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정의가 정해져 있지 않다’라는 발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베정권의 반 역사적인 망언에 대해 일본 내 유식자들로부터 항의의 목소리가 커졌고 미국 등 서양선진국으로부터도 항의가 잇따랐다. ‘침략’의 정의는 유엔 헌장이나 기타 국제적 결의를 통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무력’으로 일방적으로 남의 영토로 침입하면 모두 침략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일본에 의한 만주사변 이후의 전쟁은 모두 침략전쟁이었고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는 침략에 의해 이루어졌다는데 이론은 없다.
또 아베정권이 전사자들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했다. 아베총리가 ‘야스쿠니신사와 미국의 알린턴 묘지는 같다’라고 말하면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아베정권의 행보는 7월의 참의원선거에서 승리하여 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군대가 부활된 후를 생각해서 행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아베정권의 망언이나 망국적 행동에 대해 일본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아베총리와 신조를 같이 하는 일본유신회의 공동대표 하시모토 도루가 한 ‘위안부 망언’은 같은 정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그가 소속하는 오사카 변호사회는 하시모토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미국 등이 우려를 표명했다. 역풍을 맞은 하시모토는 자기주장의 톤을 낮추기 시작했다. 자신의 위안부 망언으로 인해 일본유신회와 다른 정당과의 선거협력이 깨졌고 참의원선거 운동 중 일본유신회의 배포물을 받지 않는 시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베정권이 역사를 역행시켜 다시 천황중심의 극우정치를 되풀이하는데 성공할 것인가, 혹은 양식이 있는 일본 시민들이 아베정권의 폭거를 막을 것인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