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위기의 본질
남주홍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정치학 박사한반도의 심각한 안보위기는 분단구조 그 자체에서 유래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남북간 교류와 접촉증대 현상을 냉전종식으로 간주하고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과 미사일 위기에 둔감하고 무감각한 정부와 국민의 정서가 문제되고 있다. 이는 크게는 동서 냉전체제 붕괴를 한반도 냉전체제 청산과 동일 개념화 하려는 착각에서 빚어진 현상이며 작게는 남북관계도 우리가 하기나름이라는 ‘햇볕론적인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단행은 남북한 군사력 균형을 완전히 깨뜨렸고 한반도 안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한마디로 북이 핵으로 무장한 이상, 이제 정상적인 남북관계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천명한 이래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북간의 문제이고 우리는 제 3자적 입장에서 ‘중재역’을 자임해야 한다는 방관적 태도로 일관해 한미관계는 겉돌고 6자 회담의 의미도 희석된 상태다. 한마디로 북핵 실험의 최대의 피해자이자 최대의 이해 당사자인 한국이 최소의 대응에 국한하려는 모순이 노정(露呈)된 것이다.
북핵 보유의 공식화는 남북한간의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깨뜨려 버렸기 때문에 이제 모든 남북대화의 장에서 북한은 언제든지 남쪽에 핵 공갈을 퍼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단순한 북의 전술로 간주하고, 정치적 흥정과 경제적 보상 수준의 협상전략으로 대응하려는 크나큰 우를 범하고 있다.
북핵 카드는 북한의 절체절명의 생존전략으로서 우리가 강 온 양면 정책을 구사하지 않으면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남북대화는 항상 북에 이끌려 다니게 되고 한미공조는 어정쩡해 질 수밖에 없다.
북 당국은 핵 문제에 관한한 “남조선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이미 못박은 상태이며 오직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만이 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의도가 핵 보유의 기정사실화와 대북 제재 완화를 유도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있다면 작금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미국의 대북 종전선언이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선언 같은 것은 모두 현실성이 없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현재 북 내부에서도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강행에서 보듯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와 인권문제 압박 고조로 ‘이대로는 더 이상 못 간다’는 기류가 확산되어가는 조짐이 있는바, 미국의 북핵 우발사태계획과 중국의 ‘조선반도 비상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우리의 한반도 위기관리계획 재점검이 필요하다.
우리는 안보관련 부서 주도로 위기관리계획을 작성하고 도상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핵 위기가 지속되는 한 NSC상임위원장은 국방장관이 맡도록 건의할 필요가 있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여하한 경우에도 안보문제를 통일문제와 혼돈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우리 안보의 근본적 현안이자 6·25이래 최대 안보 위협인 북핵 문제 대처에 한미공조로 전력을 추구할 때이지 남북대화를 빌미로 결코 한미 안보동맹의 구조변혁을 시도할 때가 아님을 정부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