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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가계부채 뇌관

안두순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학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404

안두순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학박사

2012년 현재 과도한 가계부채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든 경제위기에는 팽창 지향적 정부 정책에 따른 유동성 과다와 그 뒤를 잇는 부채문제가 있다. 이번 가계부채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 주택가격 상승이 본격화 된 2002년 이후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을 상회하기 시작했고 특히 2009~2011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집권 초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토목 건설 위주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돈을 풀었고 금융권은 풍부한 유동성을 가계대출 확대에 이용했다.

기업이든 가계든, 심지어 정부까지도 수입이 지출을 초과하면 부채는 늘고 이 부채가 부실화되면 결국 금융위기를 거쳐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한다. 부동산 불패의 환상에 젖어 대출로 부동산에 투자했던 가계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성장과 고용이 부진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간단히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2011년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913조 원이다. 고용과 소득이 팽창하면서 가계부채가 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1999~2011년 사이 명목 GDP 는 평균 7.1% 성장하는 동안 가계부채는 12.9%씩 증가했다. 그 결과 GDP 대비 가계부채는 38.8%에서 81%로 상승했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61.3%에서 135.9%로 높아졌다.

둘째, 가계대출의 61%가 부동산 대출이며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전체의 76.8%(2012년초 은행권 대출 기준)에 달했다. 2012년 5월말 은행 대출채권 연체율이 0.97%인데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은 1.56%, 비은행권 연체율, 특히 대부업체 연체율은 8~8.5%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셋째, 최근 신용도가 낮은 채무자들의 제2금융권과 대부업의 의존도 증가도 문제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이 아닌, 생활비 용도의 대출이 2011년 거의 절반 수준(48.9%)에 이르고 저소득층 다중채무자들의 높은 연체율(4월 말 현재 4.15%)은 또 다른 위험 요소이다.

성장과 고용 및 분배는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데 현재 한국경제는 가계부채로 인해 선순환이 아닌, 저성장-고실업-분배상황 악화라는 악순화의 고리에 묶여있다. 즉,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된 계층 간, 도농 간, 기업 간 양극화 심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신용경색과 맞물려 기업은 투자여력이, 가계는 소비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투자와 소비의 부진은 자연스럽게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고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억제한다.

가계부채 자체만 보면 부동산 경기 회복 없이는 위기극복이 어렵다. 그러나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가격을 또다시 부추기면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대두된 가계부채 문제도 결국 내수와 일자리 부족으로부터 기인한다. 따라서 지금은 내수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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