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생존 전략
위정현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미지근한 물 속의 개구리’ 비유가 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 속에 집어 넣으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미지근한 물 속에 집어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익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미지근한 물 속의 개구리’ 신세가 되고 있다. 냄비 속에서 물 온도가 올라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 익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예민한 ‘개구리(?)’들은 느낀다. 냄비를 걷어 차지 않으면 익어 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을.
한국 대학의 위기는 두 개의 진원에서 오고 있다. 하나는 IT와 교육의 결합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진화의 가속화이다. IT와 교육 결합의 대표적인 형태가 온라인 강의인 무크(MOOC)다. 이를 두고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지진’(seismic)으로,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은 ‘쓰나미’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위기는 사회 진화의 가속화에서 온다. 예를 들어 한국 대학과 기업의 관계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역전되었다. 그 이전에는 대학이 기업을 견인하는 관계였다면 그 이후는 대학이 기업에 끌려가는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대학과 기업의 관계 역전은 대학 기능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왜 대학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대학의 글로벌화이고, 둘째는 지식 생산구조의 확립이다.
한국 대학의 글로벌화에 있어 무크는 중요한 무기다. 한 예로 미국 기반의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가수 싸이가 글로벌 시장에 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고,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25억 건을 넘어선 것은 유튜브를 통해 가능했다. 만일 싸이가 전통적인 음악 유통 채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려 했다면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점에서 무크와 같은 온라인 강의는 한국 대학에 크나큰 위기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교육 시장에 진입할 통로를 열어주는 트로이 목마이기도 하다. 과거 대학은 해외에 진출하려면 캠퍼스를 구축하고 학생수에 맞는 교수진을 확보해야 했다. 그러나 온라인강의는 이러한 시공간적 한계와 비용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영리 교육기관인 피닉스대학은 한 때 등록학생수가 7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대학 운영 형태의 다원화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 지식 생산구조의 확립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은 지식의 자체 생산이 아닌 해외 지식의 수입과 유통에 집중해 왔다. 해외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가 그 지식을 국내에 전파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한국이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유용했고, 사회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한국이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대학의 기능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대학은 이제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의 창조 기능을 가져야만 한다.
손자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 중에는 ‘반객위주(反客爲主)의 계’가 있다. 이 말은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이다. 때를 보면서 능력을 키워 타인의 군대를 아군으로 이용하는 전략이다. 한국의 대학이 반객위주의 계를 실행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