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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붕괴를 막을 교육개혁의 길

김인회 /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철학 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126

김인회 /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철학 박사

사회 안에서 살아갈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품성과 자질, 곧 기본적 도덕성과 생활능력을 함양하고 훈련하는 것이 보통교육의 요체이고 근간인 것은 모든 나라에서 마찬가지이다. 우리 교육에서 최근 들어 난 두 가지 조짐은 그동안 실시되어 온 보통교육이 도덕성 함양과 생활력 훈련에서 참담하게 실패한 정도를 단적으로 들어내 보여주고 있다.

진주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수능 시험장에서의 조직적 집단 부정행위 사건이 그것이다. 범국민적 범국가적 차원에서 지금 진지하게 고민 하지 않는 한 조만간 우리나라는 총체적 파국을 맞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모든 교육의 붕괴는 교육에서의 도덕성의 붕괴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고, 국가 교육의 붕괴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질서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가. 교육의 고삐를 쥔 힘 있는 어른들이 예까지 끌고 왔기 때문이다. 도덕성 교육의 마당에서는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의 거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준화와 입시제도로 상징되는 지금의 위선적 획일 교육정책의 길을 따라가면 조만간 더 무서운 조짐들을 만나게 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다른 길들을 찾아내야만 살 수 있다. 우리 앞에는 적어도 선택 가능한 세 갈래 길이 놓여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는, 세계화 개방화라고 일컫는 이 시대의 흐름에 일방적으로 휩쓸려 떠내려가는 길이다. 우리 교육이 자주성을 잃고 익사할 수도 있는 위험이 십중팔구로 높은 길이다.

둘째는, 지금까지의 부도덕한 획일적 교육정책을 고수 하면서 끝까지 버텨보는 길이다. 안팎으로부터의 도전이 예상되는 길이다. 안으로부터는 교육 수요자들의 대량 이탈 현상이 폭증할 것이고, 밖으로부터는 영어문화권 국가들로부터의 교육개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인 교육에서의 도덕성 함양의 길을 되찾을 가망도 없으니 총체적 붕괴로 가는 첩경이다.

셋째는, 흐르는 물살에 떠내려가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점차로 물길을 배워 익히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하고 다음으로 용기를 내어 헤엄을 치거나 뗏목을 만드는 등 각자 저마다의 처지와 능력에 가장 알맞은 노력부터 다양하게 시작해야 한다. 부지런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우리의 뗏목이 큰 배가 되어 원하는 방향으로 항해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물에 빠져 헤매는 이들을 구원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용기를 잃지 않기만 한다면 어렵고 힘들긴 하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가능성은 건강한 보통교육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남들을 위해서 내 능력을 발휘하고 베풀 수 있는 품성과 자질을 갖추는 것을 삶의 보람과 기쁨으로 여기도록 가르치는 보통교육이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닌 높은 교육열의 저변에는 그럴 수 있는 역동적 가능성이 용암처럼 흐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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