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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라는 대북정책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발행일 발행호수 2522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대북정책 기조도 바뀌고 있다. 먼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국제제재에 동참하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 제재를 주창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제재와 함께 대화와 협상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편향 기조 하에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켜 북핵문제 악화와 외교의 대미종속을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을 우려하는 북한과의 대화를 차단했고, 북한의 핵과 장거리로켓 시험에 대응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사드 배치 결정,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은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고 한국을 일본과 미국의 대중 포위망 전초병으로 전환시켰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우호관계는 전략적인 적대관계로 급속히 악화됐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문재인 정부는 우리 스스로 국가안보를 책임진다는 각오 하에 북한의 핵 미사일 억지책을 강구하고 북한의 국지도발을 차단하는 확실한 안보태세를 다지는 한편 북한과의 군 통신선을 복구하고 남북 대화 채널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북한은 6·15 및 10·4 선언의 이행을 우선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진정성을 보이면 결국 남북관계는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관계 정상화의 기본 요건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이 체제안보를 우려하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가 평화공존과 상호 존중 의지를 선언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6·15와 10·4 선언의 이행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합의 사항 중 실현 가능한 부분을 이행하기 위해 남북간 협상을 제안한다면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작년초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으로 남북 협력의 마지막 상징이자 대북 지렛대가 사라지자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군사대립 관계로 악화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조차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위축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유엔안보리 제재를 비롯한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서 적절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개성공단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 수순으로 정부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실상의 사과를 받아내면서 5·24조치를 종료하고, 금강산의 남측 자산 반환과 관광객 신변 보장을 받으면서 이산가족 상봉과 병행해 금강산관광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에 처해있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남북관계 정상화와 경협 진흥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크다. 유엔안보리 제재를 지키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공조 틀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제약하는 여러 요인들의 배경에는 북한의 핵 개발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국내외 대북 강경 여론과 압박을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며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면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려면, 북핵문제 해결을 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주도하여 국제 협력을 동원함으로써 북한의 핵 포기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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