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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실험에 감정보다 냉정을

김근식 /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22

김근식 /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은 기존 북핵문제의 성격을 본질적으로 전환시켜놓았다. 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 미국을 압박하고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위기조성용으로 선택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협상파의 대북정책을 지켜보지도 않고 선제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고 이는 곧 과거의 ‘협상을 통한 확산’에서 ‘확산을 통한 협상’으로 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협상 대신 핵확산을 우선 최대화하고 핵능력을 극대화한 연후에 협상 여부를 선택하겠다는 공세적인 대미전략으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상황 악화만 한탄하며 감정과 분노만 앞세워서는 일을 그르친다는 점이다. 이럴수록 냉정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즉흥적 대응일 뿐이다. 아무리 북핵문제가 질적으로 전환되고 위기가 심화되었다 하더라도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 불량국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 국가로 인정할 경우 이는 우리의 국가전략과 국방정책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정책과 국제규범까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정당한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회피에 다름 아니다.

또한 당장의 비핵화를 위해 이른바 ‘선제타격론’이 거론되는 것 역시 무리한 감정적 논의에 불과하다. 북핵실험이라는 안보위협에 대응하여 곧바로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것은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 전쟁을 불사하는 과도한 주장일 뿐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 역시 무모할 뿐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당성을 내세워 북한을 비판하고 설득하고 제재해온 마당에 이제 우리도 핵무장을 한다면 그간 우리 주장과 입장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 되고 만다. 실효적으로도 과연 미국의 핵우산하에서 핵무장을 더한다 한들 그것이 북핵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오히려 우리의 핵무장은 일본과 북한에 핵보유를 정당화해주는 불필요한 빌미가 될 뿐이다.

제재만능론 역시 곰곰이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북한을 정말 아프게 하고 꼼짝 못하게 하는 촘촘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이 결국 핵포기를 선택하게끔 할 수 있다면 아무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양한 추가제재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에서는 중국의 적극적 참여와 결심이 없으면 북중관계의 지리적 특성상 제재의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결국 다시 돌아서 정답은 협상에 의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무력 사용으로 핵무기를 탈취할 수 없고, 제재압박으로 핵무기를 스스로 내놓게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남은 옵션은 진지하고 통큰 협상을 통해 다시 한번 핵폐기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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