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안보정책 우 클릭
제성호/중앙대 법과대학 교수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햇볕정책의 수정·보완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김 대표는 ‘신햇볕정책’의 구체적인 전략과 상황별 대응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그는 또 북한인권민생법 추진을 거론함으로써 그간 정쟁의 대상에 머물렀던 북한인권법 제정에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발 ‘신햇볕정책’ 검토의 배경에 대해선 지금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년 6월의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겨냥한 일부 우클릭 몸짓, 2017년 19대 대선 승리를 위한 표밭 다지기(보수·중도층 껴안기), 새누리당이 전개하는 ‘종북 프레임’에서 탈피하기 위한 고육지책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하지만 ‘신햇볕정책’이 가시화되려면 당내 의견수렴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120명의 민주당 의원 중 다수(70여명)를 점하는 소위 ‘친노 그룹’ 핵심은 여전히 햇볕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민주계 좌장 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햇볕정책의 원칙은 변경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의 정서는 달라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의 민주당 의원 17명 중 14명(82.4%)이 햇볕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전체 민주당 의원의 절반 이상(57%)이 이런 입장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의 햇볕정책이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조성 등 일부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유증 또한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으로 흘러간 물자와 돈이 군수용으로 전용되고 결국 핵무기 개발 비용으로 쓰이게 됐다. ‘무분별한 퍼주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일방적·파행적 행동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보수진영으로부터 받았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는데도 근거없는 안보낙관론(북한변화론)에 빠져 한·미동맹 이완,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 등 우리의 안보태세를 약화시킴으로써 소모적인 정쟁과 남남갈등을 초래했다는 불만도 비등했다. 햇볕정책은 북한의 옷(개혁·개방)을 벗기기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교류협력 성사에 매달려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비판도 거셌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해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김정은 3대 세습체제의 불안정성과 무모함, 핵무장의 기정사실화 및 핵-경제건설 병진노선, 장성택 처형사건이 극적으로 보여준 참혹한 북한 인권실상을 직시하는 신대북정책을 제시하는 게 타당하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진정성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작금의 안보불안을 타개할 수 있는 책임있는 세력임을 실증해야 한다.
필자는 현단계에서 ‘진정성’의 한 판단근거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들고 싶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을 자극할까 전전긍긍하는 대북 저자세를 불식하는 한편, 균형잡힌 대북정책으로의 전환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