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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박대통령의 독일 연설

이지수/ 명지대 정치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56

역사는 정말 돌고 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 바 드레스덴 구상을 연설한 시점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같은 독일의 베를린 공대에서 공식 연설을 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베를린 공대에서의 연설은 독일 대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았다고 당시 보도는 전한다. 독일 의회 기록물에 등재할 정도였다.

냉전의 비극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당시 연설은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당시 분단국이었던 서독과 한국의 비극적 공감대를 통해 자유의 방파제로서의 양국의 똑같은 운명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당시는 그만큼 냉전 인식이 비장했다고나 할까?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은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구체적인 통일방안의 제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과의 합의를 천명하고, 심지어는 남북 최고지도자간의 회담도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남북관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남북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했다고 보는 것은 착시일 뿐이다. 남북관계는 시종 냉탕이었고, 다만 일시적으로 온탕이라고 착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을 뿐이다. 이를 박근혜 대통령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연설에 드러나 있다.

시류에 따라 남북관계를 바라보기 보다는 좀 더 역사적인 맥락과 구조적인 점에 고개를 돌려서 남북관계의 본질을 살필 필요가 있다. 최초의 남북한 간의 화해 무드가 있었던 1972년 7.4 공동성명 이후 현재까지 바뀐 것은 무엇이고,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바뀐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로의 약진이다. 심지어 ‘종북 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정도로 변했다.

우리가 눈부시게 바뀐 반면, 북한의 경우 바뀐 게 거의 없다. 사회주의 체제 고수, 김일성 일가 세습독재, 심지어는 남북 화해기간에도 자행되는 대남 무력도발(1970년대 남침용 땅굴이라든지,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 있었던 북한의 대남 해상 도발, 제2 연평해전 등)은 북한이 요지부동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북한의 핵개발 역시 남북 화해기간, 대북 제재기간을 통틀어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의 변화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북한 당국의 태도변화가 아니라 북한 정권 자체의 교체가 아니고서는 남북관계의 구조를 바꾸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에서 단 한 차례 북한 당국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북한, 혹은 북한주민들이란 단어는 여러 차례 인용되었다. 이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정권의 교체야말로 통일의 급물살로 이르는 첩경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면 필자의 과도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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