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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에게 바란다

제성호 /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516

제성호 /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최순실에 의한 국정 농단과 광화문 촛불시위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지금 헌재(憲裁)는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탄핵심판 청구사건의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면 3월 초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소위 ‘벚꽃 대선’이 현실화될 것이다.

이미 대선주자들은 조기대선을 의식하고 제각기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작금 어려운 국내외의 환경을 돌아볼 때 19대 대통령의 선택은 국가의 명운과 민족의 장래를 좌우할 실로 중차대한 사안이라 하겠다. 차제에 대선주자의 자세와 관련해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안보 대통령’이 돼야 한다. 현재 한반도 안보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북한 핵실험과 유엔의 대북제재, 한·중 간의 사드(THAAD) 갈등, 위안부를 둘러싼 한·일 외교적 마찰, 대선 국면에서 북한의 대남 심리전과 사이버공작 등으로 안보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안보는 최고의 국익으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처한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동맹은 상수(常數)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안보·외교 사안을 포퓰리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신중하게 다루되, 대외적 신뢰를 깨는 언행이나 무모한 공약을 함부로 남발해선 안 될 것이다.

둘째,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미·중 간의 환율전쟁 및 통상 마찰,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현실화, 계속되는 미국발 금리 인상 압박 등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심상치 않은 파고를 겪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는 비상적인 각오 하에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상품의 국제경제력을 높이고,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북돋우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일자리가 곧 복지”라고 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심상치 않은 까닭이다.

셋째, ‘통합 대통령’이 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관련 위원회도 설치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이념·지역·계층·세대 간의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모습만 보이고 있다. 경제적 및 사회적 양극화도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가다간 ‘내전(內戰)에 가까운 남남분열’ 혹은 ‘촛불과 맞불’ 시위가 항상화(恒常化)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가발전과 번영의 발목을 잡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자유·평화·민주의 남북통일도 요원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직시하고 대선주자들은 여야를 떠나 국민통합의 인사, 지역균형발전정책,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 확보, 남남통합의 대북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 무너진 법치(法治)도 바로 세워야 한다.

넷째, ‘개헌 대통령’이 돼야 한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몸집에 맞지 않게 된지 오래이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정권마다 되풀이 나타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야당과 함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승자독식보다는 협치(協治)가 더욱 민주적이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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