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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현상과 하수도 문화

조희문 / 인하대교수, 영화평론가
발행일 발행호수 2396

조희문 / 인하대교수, 영화평론가

파리나 모기, 바퀴벌레가 없는 세상은 쾌적하겠지만, 그것들을 다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일일이 찾아내는 일은 어렵고, 소독약을 뿌려댄다 하더라도 곧 그보다 더 독한 생존력을 가진 변종이 나올 가능성은 크다. 여전히 해충을 없애는 소독약이 필요하고, ‘박멸전문’이라는 회사가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은 어느 구석에선가 여전히 벌레들이 설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웬만한 약에는 까딱도 하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변종문화다.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을 때, 무언가 삐딱한 인상을 풍기는 이미지로 등장한 나꼼수는 급속하게 바람을 일으켰다. 최소한의 예의나 염치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주류 사회에 대해 온갖 조롱과 삿대질로 일관하는 그들의 행태는 상식과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히 불쾌해 할만하지만, 지독한 팬덤을 만들면서 현실적인 세력으로 변신했다. 소란이 커질수록 그들의 기세는 등등해진다. 지난 4월의 총선은 그들의 존재가 현실 정치에도 깊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과시하는 행사나 다름없었다.

모양은 다르지만 나꼼수같은 하수도 문화는 곳곳에서 횡행하며, 역사도 오래다. 노골적인 성애를 묘사한 춘화(春畵)는 조선시대 후기를 은밀하게 돌아다녔고, ‘빨간 소설’이라고 불렸던 포르노 소설은 60-70년대 만화방이나 헌책방 주변을 숨차게 만들었다. 가정용 비디오가 일반화하면서는 불법 복사영상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은 음란과 폭력, 자극의 공급기지 역할을 했다.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고, 음란한 불법을 단속해도 미봉에 그칠 뿐 원천적인 차단에는 이르지 못한다. 기준을 만들면 교묘한 방법으로 그것을 피해가고, 몇몇 사례를 적발해서 규제하는 사이 더 많은 사업자가 나타난다. 나꼼수의 간판이라 할 김어준은 진작부터 ‘딴지일보’라는 패러디 통신을 만들어 주목받았고, 오락프로의 사회자로 변신한 김구라, 빈정거리는 시사평론으로 악명 높은 진중권 같은 경우도 막말과 삿대질로 특화를 삼았다.

결국 그들이 음습한 그늘을 벗어나 영웅처럼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추종하며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옳고 그르고를 가리기보다는 내편, 네편으로 가르고 내편이 아니면 극단적으로 적대하는 진영 논리를 조장한다. 세상이 부정하고 불의에 가득찼다고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우긴다. 세상이 답답하고, 불공평하고, 가진 자들이 내 것을 모두 빼앗아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들의 활동공간은 계속 생겨난다.

영화에 비긴다면 나꼼수나 그 아류들은 악당 캐릭터들이다. 악당은 미워하는 것만으로는 사라지거나 선한 유형으로 바뀌지 않는다. 나꼼수는 우리사회가 극심하게 난폭해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보존과 복원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일에도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문화와 세상을 정화하는 일에도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더라도 번지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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