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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북관계 결산은 남남갈등 뿐

고유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76

고유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에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 대남압박의 강도를 높임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을 ‘친북좌파정권의 잃어버린 10년’, 대북포용정책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측과 포용정책의 결과 남북화해협력이 증대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졌다는 측 사이에 남남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은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 정책이라고 나서는 지경이 되었다.

지금의 남북경색을 보는 시각도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남북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 대화 중단이 오히려 ‘정상’이라는 측과 지난 10년간의 화해협력노력이 10개월 만에 무위로 돌아갔다고 비판하는 측으로 갈리고 있다. 남북경색의 원인도 북한 내부 사정 때문이라는 측과 남측 정부의 대북강경정책 때문이라는 측으로 나눠지고 있다. 분단체제에서 살아온 우리 국민의 인식구조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경색의 원인진단이 정확해야 바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원인진단부터 아주 다르다.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측과 남측이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측으로 나눠지고, 남북관계 원상회복을 위해서도 기다려야 한다는 쪽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쪽으로 나눠진다. 북한의 내부 사정과 오바마 행정부 출범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관계 진전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거나, 북한의 식량난 등을 고려할 때 춘궁기쯤 나올 수밖에 없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측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측의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향후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이다. 북한은 충격을 통한 국면전환 차원에서 민

교류의 부분차단이란 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전면차단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1차 차단조치를 취하고 남측의 태도를 지켜보는 단계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태도는 남측에서 하기 나름이다.

북한이 오바마 당선 이후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자신감에서 남북관계를 차단하려고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북미관계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나올 것이다. 남북갈등은 북측의 오랜 숙원인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남측이 명분을 주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고 북미관계 개선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에 남측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도록 압력을 넣는 차원에서 1차 조치가 나왔다고 한다면, 우리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공조 차원에서 대북정책 전환의 명분을 찾아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내놓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북측이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관계복원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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