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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영국에 가셨대요

이효성 (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265

외딴 골목에 자그마한 슈퍼가 있어요. ‘보람 슈퍼’. 흰 머리카락이 약간 있는 여자 주인이 그 안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까악까악……”
아침부터 까치 소리가 요란했어요.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 날 오후, 여자아이가 가게 안을 기웃거렸어요.
“뭐 줄까?”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물어보았어요.

“제가 보람이예요.”
“그게 무슨 소리니?”
“이 슈퍼, 저희가 처음 낸 건데요, 팔았어요.”

원래의 주인 딸이 찾아온 거지요.

“보람이라면, 네 이름을 따서 이 슈퍼 이름을 붙였겠구나?”
“네!”
“그러고 보니, 내가 네 이름 덕분에 이 가게를 맡아 아무 걱정 없이 10년이 넘도록 잘 살고 있구나!”
“바로 저 방에서 엄마가 저를 낳으셨어요.”
“병원(산부인과)에서 낳지 않고?”
“엄마가 한밤중에 갑자기…… 저 방에서……”
“하이고, 네가 찾아오려고 까치가 짖어댔어.”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태어난 방을 보고 싶었어요.”
“어서 들어오너라!”

아주머니는 보람이를 데리고 방으로 갔어요.

“사실은요, 제 친구들이 큰길에 모여서 저를 기다리거든요. 생일 파티를 열어 준다고요. 한데, 저희 집에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왜?”
“엄마가 영국에 가셔서…… 그래서……”

보람이는 울먹이며 간신히 말했어요.

“그렇담, 여기 이 방으로 초대해.”
“그래도 되나요?”

보람이는 아주머니에게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연락했어요. 보람 슈퍼로 오라고요. 아주머니는 아예 가게문을 잠그고 여자아이들을 맞아 보람이의 생일 파티를 열어 주었어요.

“영국에 계신 너희 엄마에게 전화는 했니?”
아주머니가 묻자, 보람이는 엉엉 울어버렸어요. ‘영국’이라는 것은 ‘영원한 나라’ 즉 ‘하늘나라’로 비유한 말이거든요. 아주머니는 힘차게 보람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산퇘끼, 퇘끼야, 워디로 간당가? 깡충깡충 뜀시롱 워디로 간당가.”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쳤어요. 보람이는 비로소 눈물을 거두고, 제가 낳은 방의 따슨 바닥을 가만히 쓸어보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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