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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던 덕소신앙촌 생활

송정선 권사(2) / 수원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095

◇ 2003 연간 사업 시상식에서 수상하고 있는 송정선 권사

<이어서>
그 후 저는 가족들과 함께 소사신앙촌에 입주했다가 1963년 덕소신앙촌 제과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덕소신앙촌에서 보내는 시간은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자기 일이 끝난 후에도 시간을 아껴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 일을 돕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 불량이 된 과자를 한 개라도 먹었을 경우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값을 계산해서 낼 정도로 정확하고 맑게 살고자 했습니다.

당시 저의 일과는 제과부 근무를 마친 후 친구와 함께 제강 공장에서 일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제강 공장 일은 쇳덩어리를 주워 나르는 고된 작업이었지만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게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강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왔더니 공장 직원들끼리 한창 농구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덕소신앙촌 사람들은 농구나 배구 같은 운동 경기를 자주 열었는데, 하나님께서도 직접 참관하시곤 했습니다. 즐거운 함성 속에 농구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저와 친구는 온몸에 쇳가루가 묻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어서 송구스러운 마음에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경기를 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대장이 뛰어오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며 따라갔는데, 어느새 하나님께서 저희 쪽으로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너무나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으로 저희들 머리에 손을 얹으시며 안수해 주셨습니다. 그때 미소 지으시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 후 저는 1970년에 결혼해 서울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 즈음 소사신앙촌에 계시던 아버지가 실수로 의자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연로하신 탓인지 그 일 이후로 거동을 거의 못할 정도로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본인의 힘으로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 계시게 되면서 등에 욕창이 여러 개 생겨났는데, 당시는 좋은 약을 구하기가 어려워 좀처럼 낫지가 않고 점점 심해졌습니다. 욕창이 생긴 부위는 어린애 손바닥만 하게 살이 움푹 파이면서 분비물이 계속 흘러 나왔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났습니다.

아버지가 점점 위독해지던 어느 날, 저는 소사신앙촌 장례반 책임자에게 아버지의 상태를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 등에 생긴 욕창은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에, 시신을 씻기고 입관예배를 주관하는 장례반에게 미리 알려 주고 상의를 했던 것입니다. 장례반 책임자 분은 그동안 수많은 시신을 다루면서 어떤 시신이든지 하나님 은혜로 깨끗하고 곱게 피는 것을 셀 수 없이 보았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마음을 모아 정성껏 예배드리자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아버지가 숨을 거두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남편과 함께 소사신앙촌으로 갔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웃 분들도 많이 오셔서 집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어머니, 저, 막내 동생 그리고 장례반 책임자 분이 아버지가 계신 방에서 임종을 지켰는데 욕창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기 때문에 창문을 활짝 열어 놨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람이 휭 하고 부는 느낌이 들더니 그 냄새가 싹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아버지를 봤더니 조용히 숨을 거두신 뒤였습니다. 아버지의 상태를 알던 이웃 분들도 집 안에 들어오면서, 그렇게 심하던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며 너무나 신기해했습니다.

곧이어 장례반 분들이 시신 씻길 준비를 하셨는데 갑자기 책임자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욕창에서 흐르는 분비물을 닦으려고 수건을 여러 장 들고 들어가자, 책임자 분은 아버지 등을 보여 주며 도대체 등이 어쨌다는 말이냐고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분비물이 계속 흐르던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어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움푹 파였던 부위도 겨우 흔적만 남은 정도로 말끔히 나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하자 아버지 상태를 몰랐던 장례반 분들은 하나님 은혜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장례반 분들이 생명물로 시신을 정성껏 씻긴 후에 보았더니, 아버지는 환하게 피어난 모습으로 팔다리가 노긋노긋하게 움직이며 편안하게 잠이 드신 것 같았습니다. 시신이 피는 것을 처음 보았던 남편은 장인어른이 좀 있으면 깨어날 것 같으니 기다려 보자고 할 정도였습니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은 60세에 찍은 것으로 그때도 무척 젊게 나왔다고 했었는데, 80세가 넘은 시신 모습이 오히려 영정보다 더 젊어 보였습니다. 생전에 곧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따르고자 노력했던 아버지는 귀한 은혜로 아름답게 피어서 가셨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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