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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에 찬 나의 주장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 못해

송정선 권사(1) / 수원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094

저는 1945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이 큰 건어물상을 경영해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자란 저는, 예의를 강조하는 아버지 말씀에 따라 행동 하나 말씨 하나도 반듯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교회에 가기도 했는데,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교회에서 열리는 여러 가지 행사와 친구들끼리 모이는 것이 재미있어 얼마 동안 다녔습니다.

그러던 1959년 제 나이 열다섯 살 때였습니다. 어느 날, 평소 잘 다니지 않는 길로 가던 중이었는데 어디선가 찬송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습니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밝아 오네~” 그 찬송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은지, 교회에 다니면서 찬송을 많이 불러 봤지만 찬송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들리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마음속 깊이 울리는 듯한 그 소리를 따라 한 걸음씩 가 봤더니 흙벽돌로 지은 아담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날 교회 옆에 서서 한참 동안 찬송을 듣다 돌아왔는데, 며칠이 지나도 찬송 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며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몇 주가 지난 일요일에 다시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교회에 도착해 보니 마침 창문이 열려 있어 한참 동안 창문 앞에 서서 예배 광경을 들여다보았는데, 어느 교인이 나오더니 예배실로 들어오라며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김해전도관이었습니다. 예배실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진지한 얼굴로 정성을 다해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사람들이 하는 대로 손뼉을 치며 힘차게 찬송을 부르고 전도사님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아주 좋은 향기가 맡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향기는 부드럽고 향긋하면서도 너무나 산뜻한 느낌이어서, 그에 비하면 꽃향기는 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향긋한 그 냄새는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로 바뀌었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또 어느 순간에 다시 맡아지곤 했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지?’ 하며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냄새가 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향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냄새가 어찌나 역겨운지 제 생각으로 썩어 문드러진 동물의 사체를 태울 때 이런 냄새가 나겠구나 싶었습니다. ‘고약하다, 나쁘다.’는 말도 그 냄새에 비하면 너무 좋은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악취가 계속 진동을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지만,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기분이 좋은 얼굴로 악취라고는 전혀 못 맡는 것 같았습니다.

그 냄새가 진동하면서부터 머릿속에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수박을 자를 때면 ‘내가 큰 거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일처럼, 전에는 기억나지도 않았고 더욱이 잘못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그것이 다 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잘못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리도록 뉘우치고 또 뉘우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놀랍게도 악취가 싹 가시면서 얼음 덩어리가 목에서부터 가슴으로 쭉 내려오는 것같이 가슴속이 시원하고 상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기분이 왜 그리 좋은지 희열이 넘친다고 해야 할까, 기쁘고 즐겁다는 말을 다 모아도 그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나만 이렇게 기분이 좋은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주위 사람들도 다들 즐거운 얼굴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김해제단에 계속 다니면서, 제가 맡았던 좋은 향기가 하나님께서 주시는 향취 은혜이며, 고약한 냄새는 바로 내 죄를 태워 주실 때 나는 냄새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김해제단 학생들은 함께 모이면 예배 시간에 향취를 맡았다는 등 각자 은혜 받은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학생들 모두 제단 일에 열심과 정성을 다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을 전도해 새벽예배며 주일예배에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웃집 해선이를 전도하게 되었는데, 해선이 어머니는 김해제단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해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해선이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도와 드리고 전보다 더욱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 해선이와 열심히 제단에 다녔는데, 어느 날 해선이 어머니가 저를 식당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때가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당에는 아저씨들이 여러 명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선이 어머니는 저를 보고 이제 해선이를 김해전도관에 데리고 가지 말고 너도 가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너희가 어려서 뭘 몰라서 그렇지 거기는 안 좋은 곳이라며 여기 있는 군청 직원들에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군청 아저씨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저와 해선이 어머니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서 해선이가 김해제단에 다녀서 뭐 잘못된 게 있느냐고 제가 물어보았더니, 어머니는 우물쭈물하며 그런 것은 아니고 전보다 더 얌전해지고 말을 잘 듣는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녀 봤을 때 김해제단에서는 죄짓지 말고 깨끗하게 살 것을 무척이나 강조하기 때문에, 해선이가 나쁜 곳으로 빠진 게 아니라 더 좋게 변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군청 아저씨들이 그런 것은 다른 교회나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는데 왜 굳이 그곳을 가야 하냐고 반문하셨습니다. 저는 직접 느낀 바를 차근차근히 말씀드렸습니다. 감리교회와 성결교회에 다녔던 제 경험으로 그곳의 가르침은 인간적으로 좋은 말씀을 듣고 착하게 살라는 정도지만, 김해제단에서는 은혜를 직접 체험하면서 작은 죄라도 짓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너무나 절실하게 깨달았고, 이처럼 전도관은 도덕적인 수준을 넘어서 더 맑고 깨끗하게 살기를 가르치는데 왜 나쁜 곳이냐고 물었습니다. 확신 있는 제 이야기에 거기 있던 어른들 어느 누구도 대꾸 한 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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