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과 한국의 대응
김영용/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외국 진출한 한국 기업이 불매운동 등으로
손해 보는 일을 막으려면 자유무역 해야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5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긴다면 미국은 그 4배에 이르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바이오 등의 10대 핵심 산업을 집중 지원하여 중국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이른바 ‘중국 제조 2025’ 프로그램이 공정 경쟁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이 제재 조치를 시행하면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협의 사항이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제2차 무역협상 이후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던 무역 분쟁이 더욱 거세게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무역은 우선적으로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할 수 없는 재화를 수입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예전에는 귀하고 귀했던 바나나를 잘 먹고 있지 않은가. 또한 우리가 수입하는 재화를 외국이 거저 주지 않으니 우리도 외국에 무엇인가를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곧 수출이다.
자유무역은 모든 무역 당사국에게 이익이 된다. 일방은 이익을 보고 타방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이 횡행하는 이유는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산업이 자신들의 사익을 공익이라는 궤변으로 포장한 것을 정치인들이 정책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관세나 수입할당제로 수입을 제한하면 미국 생산자는 이익을 보지만 미국 소비자는 손해를 보며, 미국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본다. 중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한편 중국이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어 중국 제품을 낮은 가격에 미국에 팔면, 미국 생산자들은 아우성이겠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이익을 본다. 중국의 보조금 혜택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무역 분쟁은 두 나라의 순 손실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밑바닥에는 미국의 달러 공급 증가와 중국의 고정환율제도가 있다. 미국은 2007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 공급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교란해 왔다. 무역과 관련해서는 달러의 공급 증가로 그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대(對) 중국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가 저평가되도록 고정환율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대 미국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 무역수지 흑자보다는 자유무역으로 국민의 복지를 증가시키는 것이 우선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달러 공급 확대를 자제하고 중국은 변동환율제도로 바꿔 깨끗하게 운용해야 무역마찰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은 독자적으로 무역질서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나 자유무역 원리에 따르면 타국이 보호무역을 하더라도 자국이 자유무역을 하면 자국은 이익을 본다. 따라서 한국이 취해야 하는 기본 노선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다. 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 무역 분쟁에 따른 그 나라의 민족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불매운동 등으로 손해 보는 일을 막는 길도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보호무역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나라는 바로 보호무역을 하는 나라라는 사실과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전 세계적인 보복 관세로 대공황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