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말씀
신앙체험기
기획
특집
피플&스토리
오피니언
주니어

노구산 대집회의 추억, 은혜의 창파 속 먹지 않아도 배 안고파

우종화 권사(1) / 소사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63

저는 1938년 충청북도 보은군 회북면 부수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이던 1957년, 저희 동네는 전도관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면사무소 근처에 생긴 전도관으로 동네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가면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전도관에서 있었던 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 외종 사촌 동생인 점순이도 전도관에 다녔는데, 예배를 드리면 참 좋다며 저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교회에 다녀 본 적이 없었던 저는, 찬송 부르고 설교를 듣는 것이 뭐가 그렇게 좋겠나 싶어서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단상에 오르시자 맨 먼저 `마음 문 여세요`
‘마음 문을 어떻게 여는 것일까?’ 궁금히 여겼는데
이슬은혜를 받고나니 잡념이 없어지고 찬송과 말씀에 열중케 돼

그로부터 얼마 후, 점순이가 보은전도관의 관장님이 부흥집회를 연다면서 함께 참석해 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안 간다고 했다가, 집회가 열리는 며칠 내내 친구들이 가는 것을 보고 ‘어떤지 구경이나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점순이를 따라 집회 장소인 회인초등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학교 입구에서 안내하는 분들이 무척이나 친절한 태도로 맞아 주었습니다.

설교가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저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참 좋아져서 ‘이상하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참석하고 돌아온 뒤로 자꾸만 집회에 가고 싶어 다음 날도 집회장을 찾게 되었고, 결국 끝날 때까지 계속 참석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점순이를 따라 회인전도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회인전도관은 송 권사님이라는 분의 집에 예배드릴 공간을 마련한 곳이었습니다. 점순이는 “예배드릴 때 아주 좋은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한 번도 그런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한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처음으로 새벽예배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예배를 드리던 중에 어디선가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아카시아 향기라고 해야 할까, 아주 향긋하고 좋은 냄새가 진하게 맡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이런 냄새가 나지?’ 생각하며 다시 맡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향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향기가 진하게 맡아지다 사라지고, 어느 순간에 또다시 진동했습니다. 그 향기 속에서 마음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지 마치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냄새가 바로 향취 은혜임을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단에서 손뼉 치며 힘차게 찬송을 부르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한 가지 찬송을 오랫동안 부르곤 했는데 처음 보는 찬송이라도 계속 부르면서 배울 수 있었고 가사 내용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소리 높여 찬송드릴 때 다들 한마음으로 간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한번은 하나님께서 청주제단에 오셔서 며칠간 집회를 인도해 주시게 되어, 저는 거기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단상에 올라오셔서 맨 먼저 “마음 문 여세요.” 하고 말씀하셨는데, 처음 들어 보는 말씀이라 ‘마음 문을 어떻게 여는 것일까?’ 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하시던 하나님께서 단을 “탕! 탕!” 하고 힘 있게 치시자, 거기서 뽀얀 안개 같은 것이 확확 퍼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이슬같이 뽀얗게 은혜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저는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회에 계속 참석하면서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들이 없어지고 오직 찬송과 설교 말씀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마음 문을 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해 여름에는 소사신앙촌 노구산에서 대집회가 열렸습니다. 회인제단 교인들은 저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회를 손꼽아 기다렸고, 저도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집회에 참석할 준비를 했습니다. 평소 자식들에게 자상하셨던 아버지는, 집회에 가서 며칠씩 있으려면 밥을 해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친구들과 먹을 보리쌀을 챙겨 주셨습니다.

노구산 집회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일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몰려왔습니다. 사람들끼리 무릎이 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제가 앉은 곳은 단상과 멀어서 하나님 모습이 아련하게 보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예배를 인도하시는 것을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중에 하나님께서 “병 나은 자는 다 일어나라!”고 외치시자,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앉은 곳에서 왼쪽으로 “앉은뱅이가 일어섰다!”는 소리가 들려 쳐다봤더니 젊은 남자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분은 길이가 조금 짧은 바지를 입었는데, 바지 밑으로 어린아이처럼 가느다란 다리가 보였습니다. 그분뿐만 아니라 집회장 곳곳에서 “꼽추가 등이 펴졌다.” “벙어리가 말을 한다.”고 환호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회가 열리는 며칠 동안 저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픈 줄을 몰랐습니다. 축복 캐러멜 몇 알만 먹으면 달콤한 물이 계속 목으로 내려오며 속이 든든해져서, 가져온 보리쌀이 있어도 밥해 먹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은혜 받는 즐거움만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계속>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