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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잃어버린 10년

발행일 발행호수 2269

최근 북한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 선언 이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금과옥조로 주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남측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분명하게 천명하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는 파탄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과거 10년간 반복된 것이기에 놀랄 일도 아니다. 바로 경제적 이득은 챙기면서 우리의 요구는 묵살해 버리는 그들의 상투적 전술인 것이다. 10.4 선언은 경제·사회적 분야를 망라한 방대한 합의로, 14조 3000억 가량의 지원을 북한에 해 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어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10.4 선언 이행 문제를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14조 30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일방적 퍼주기는 없다’는 새 정부의 상호주의적 대북정책 기조로 보아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되자 한국진보연대 등 좌파단체들이 총동원 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명박 정부에 ‘10.4 선언을 즉각 이행해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들은 10.4 선언이야말로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망을 제시한 귀중한 이정표’라고 하면서 정부에 ‘하루속히 이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고 남북관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좌파 단체들의 논리로 또다시 남북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을 되풀이 할 때는 지난 것 같다. 과거 10년간 좌파적 논리로 햇빛정책을 폈으나 돌아온 것은 북한은 변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이외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남측의 순진한 기대를 조롱이나 하듯 북한은 오히려 핵무기를 개발하여 한반도의 미래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선군정치를 나날이 강화하여 북한식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북한이 중국, 베트남과 같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북한의 왕조(王朝)체제 때문이다.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가면 인민들은 잘 살 수 있지만 북한의 왕조체제는 종언을 고해야 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답보를 거듭하는 것도, 변화의 상징으로 시작됐던 금강산 관광이 총격으로 중단된 것도,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출입통제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북한은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왕조체제를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

좌파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눈을 감는 것인지, 아니면 김일성 왕조에 충성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그들은 북한의 유례없는 특이체제에 대한 인식을 간과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햇빛정책의 실패로 과거 10년간의 남북관계가 실종되었다면 이제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허구적 민족주의 정서의 탈피, 어떠한 북측의 일방적 요구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일관된 무시(無視)정책, 북한의 행동이 있을 때만 보상하는 철저한 상호주의 정책의 채택이 그 대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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