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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회담의 원칙은 무엇인가?

남성욱 / 고려대 행정전문 대학원장
발행일 발행호수 2539

남 성 욱 – 고려대 행정전문 대학원장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주변국들의 숨 가쁜 행보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4월 말에는 판문점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5월 안에 미북정상회담이 예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남은 40년 만에 가장 위대한 일이자 기적”이라고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동북아 외교전의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한국의 특사를 국빈 대접하며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추진할 계획이다. 비핵화를 위한 사상 첫 남북, 한미, 한일, 북미 정상의 릴레이 회담이 펼쳐지는 셈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도 전격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야말로 ‘정상회담의 봄’이다.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가 ‘정례화’를 언급한 것은 복잡하게 얽힌 남북,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서 ‘당일치기 회담’ 가능성이 높은 이번 만남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또 이번에 대화 의제가 비핵화에 집중되는 만큼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마련 등 향후 이행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도 이어진다. 우리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방북 협의를 위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월 말에는 정상회담 준비 협의를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과 협상에 나선다.

남북은 물론 북미 수뇌 상봉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을 구조적으로 뒤집는 플랜이다. 평양, 서울 및 워싱턴 간 정상회담 카드는 6·25전쟁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한 전대미문의 초강수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다양한 비핵화 시도가 있었으나 결과는 빈손이었다. 이제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20기 이상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운반수단을 보유했다. 초유의 북미 간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는 마지막 카드가 등장했다.

지난 2000년 1차,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은 거창한 영접행사와 합의문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핵심현안인 한반도 비핵화에 실패했다. 오히려 회담 이후 북한은 2009년부터 연쇄적으로 5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평창올림픽을 통한 북한의 립스틱 외교(lipstick diplomacy)가 절정에 도달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궁정(宮廷) 경제가 파탄 수준에 이른 북한이 국제사회의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시간벌기 전략으로 남북회담에 나온다면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핵 동결→사찰→비핵화→경제지원의 로드맵은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로 가는 첩경으로 남북회담도 이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최대의 난관은 정상회담(summit)이 쥐덫인지, 게임체인저(혁신 주도자)인지 모호한 김정은의 복심이다.

남북회담의 기본원칙은 비핵화의 기틀을 만들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것이다. 남북회담이 비핵화 원칙을 준수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나 실패하면 회담 무용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한 번 속는 것은 속인 사람이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 잘못(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이라는 미국 속담을 상기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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