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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관장 편 ⑪ 민지의 ‘미소’

민지의 '미소'
발행일 발행호수 2199

교회에 나온 지 1년 정도 되는 2학년인 혜지, 민지 자매는 또래보다 키도 작고, 말수도 별로 없으며, 특히 5살인 동생 민지는 말하는 건 물론 미소를 짓는 적도 없다.

“민지 목소리가 어떤지 참 궁금해.” 할 정도로 아직 한 마디도 못 들어 본 아이들도 많고, 나도 2~3마디 정도 조그마한 소리밖에 못 들어봤다. 혹 예배시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을 때면 살포시 웃다가도 쳐다보면 얼른 손가락을 입에다 물고는 고개를 돌린다.

어느 날인가는 나에게 말을 건넨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만 못 알아들었다. “뭐라고 말한거니 민지야?”하고 물었지만 되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이런 민지를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한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3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축복일 예배는 빠지지 않고 간다.

축복일만 되면 언제 데리러 오나 하고 아침부터 문 밖을 바라보는 게 일이라며 할머니는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잃어버리는 물건 없이 잘 챙겨오라고 당부를 하신다.

칫솔이든 머리방울이든 양말이든 뭐든 하나씩 놓치고 온다. ‘잃어버리고 올 거면서 제일 좋은 옷, 치과에서 산 칫솔, 예쁜 양말만 가지고 가야 된다고 고집을 부린다’고 속상해 하면서도 할머니는 아이들이 가지고 가고 싶은 것으로 챙겨주신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선생님이 하나하나 체크해서 돌아 올 때는 다 있는지 확인을 안 해 주면 안 된다. 그렇게 해도 어느 틈엔가 하나씩은 꼭 놓치고 와서 다음 달 축복일에 찾으러 다니는 게 일이다.

이번 11월 추수감사절에도 함께 신앙촌에 갔었다.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의 물줄기를 보고 다른 아이들이 좋아해도, 예쁘게 꾸며진 곳에서 맛있는 걸 사먹어도 민지는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그저 언니 뒤만 졸졸 병아리처럼 따라 다닌다.

새롭게 개장된 ‘천부교 어린이 놀이터’로 갔다. 덤블링도 타고 정글짐에도 들어가고 큰 아이,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땀이 나도록 뛰어 다니고, 잡으러 다니고 아이들이 입을 다물 줄 모르고 놀았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이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관장님 빨리 저기 보세요.” 라며 손짓을 했다. 왜 그러나 싶어서 봤더니 민지가 놀이 기구를 타며 웃고 있었다. 나도 같이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있는걸 알면서도 민지는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흩어지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 되어있고, 정말 신이 난 아이 모습 그대로다. 신기해서 함께 지켜보던 중학생 언니들은 어느새 또 저쪽으로 뛰어가서 놀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민지에게 이 시간이 멈춰있으면 좋겠다.
“민지야 재밌니?”라고 물었더니, 머리까지 끄덕이며 반응을 했다.

며칠 뒤 민지 집에 들렀더니 혜지는 신앙촌에 다녀오고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아서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면서 “뭘 하고 왔길래 그러냐”고 할머니가 물으셨다. 너무 많이 놀라셨나보다.

축복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늘 아이들이 말이 없어 걱정하는 할머니는 민지의 행동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다음에는 할머니도 같이 가시자고 했다.

그 주 추수감사절 특집호 신앙신보에 실린 아이들이 노는 사진에 민지 모습이 실려 있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교회가 떠들썩했다. 언니들이 “민지 신문에 나왔어. 너 맞지.” 하면서 보여주자 자기 사진을 보더니 살며시 피식 웃었다.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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