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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관장 편 ⑧ 숨기지 말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말하고 설득해야

`숨기지 말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말하고 설득해야`
발행일 발행호수 2188

160명 정도가 수업을 듣던 어느 날 선생님이 다가와서 나에게 물었다.
“자네는 종교가 뭔가?” 짧은 순간 뭐라고 말할까? 수많은 생각이 들면서 고민이 되는데, 입에서는 “천부교입니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천부교? 한국에서 생긴 종굔가?” “네” “누굴 믿나?”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럼 예수는?” “안 믿습니다.” “천부교라 천부교…” 몇 마디가 더 이어졌고, 떠들던 친구들도 조용히 귀를 귀울이며, 나와 선생님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호기심에 친구 몇 명이 교회를 왔지만, 전도가 되지는 않았다. 그날만 생각하면 죄송스럽고 아쉽다. 대답을 또박또박 하긴 했지만, 내 말에는 자신감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었다. “나를 100% 믿느냐?”하시던 하나님의 질문에 “네!”라고 정말 큰소리로 친구들과 경쟁하듯 대답한 기억이 많은데, 깊이 없는 ‘말 뿐인‘ 외침에 불과했던 것이다.

며칠 전 동네 뒷산에 있는 계곡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놀러갔다.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이가 아빠가 찾으러 와서 가야 되겠다고 울상이다. ‘평소에 아빠가 교회를 좋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지 말라’고 말리는 아이를 뒤로 하고 인사를 하러 갔다. 놀다가 안전하게 데려다 주겠다는 말과 함께 몇 마디를 나누다 음료수라도 드리려고 차로 가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가서 인사를 하라고 했더니 무서워서 못하겠단다. 돌아와서 보니 아이의 아버지는 가고 안 계셨다. 언짢게 가셨냐고 물었더니, 이것 저것 사줄까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더니 재미있게 놀다오라고 하고 가셨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에게 교회 다니는 걸 아빠에게 숨기지 말라고 한 번 더 당부를 했다.
아이들 중에는 처음에는 부모님이 잘 보내 주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못 가게 말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내 친구들도 부모님 몰래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나처럼 하지 말고, 부모님을 설득하라고 말한다. 혼날까봐 겁이 나는 것 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기에 숨기고 싶은 거니까, 믿는 마음으로 계속 말하면 언젠가는 된다고 말해준다.
6학년 아이 한명은 엄마가 교회에 찾아와서 두 번 다시 다니지 말라고 하며 선생님들 앞에서 약속을 하라고 화를 많이 내셨는데도 “계속 다닐 거예요”라고 강경한 자세로 나와 평소 내성적인 그 아이 성격을 아는 교회 친구들이 많이 놀랐다는 얘기를 종종 나에게 들려준다.그 아이는 계속 되는 부모의 반대로 교회에 나오는 것도, 축복일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뒤로 힘들어서 간간이 주춤거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7월 축복일에는 기장신앙촌에서 3박 4일의 어린이 캠프가 있었다.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서라도 나올 테니 절대 집으로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거짓말은 안 되니 허락을 받아 보라고 했는데, 그 뒤로 아이를 만날 수가 없었다.
출발하는 당일 아침, 친구들을 집으로 보냈더니, 울어서 눈이 부어있더란다. 캠프에 보내 달라고 사실대로 말했다가 허락은커녕 야단만 들었단다. ‘출발하기 전까지 부모님을 설득해 봐. 포기하지만 않으면 꼭 갈 수 있을 거야’ 라고 했지만, 아이가 지칠까봐 걱정이다. 출발하기 전 다시 그 동네로 갔다. 다른 아이들은 보이는데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그 집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아이가 가방을 대충 들고 뛰는 모습이 보였다. 허락을 받은 모양이다. 눈은 붓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옷은 입은 게 아니라 걸치고 있었지만, 얼굴만은 환했다.
요즘은 허락을 받고 다니는데도 심방을 하다 남동생을 보면 숨는 게 버릇이 돼 버렸다. ‘숨지만 말고 남동생을 전도해’ 라고 했더니 동생은 동네에 있는 교회를 두루두루 다 다니기 때문에 전도가 안 될 거란다. 나도 지지 않고 말한다. “어차피 부모님도 전도해야 되는데, 남동생을 먼저 전도해서 둘이서 힘을 합치면 쉽지 않을까?”
나는 아이들이 뭐든 잘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나처럼 말로만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하면서 부끄러운 시간을 만들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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