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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관장 편 ⑥ 처음 만난 아이가 내민 종이컵에는 떡볶이가…

처음 만난 아이가 내민 종이컵에는 떡볶이가…
발행일 발행호수 2182

성년이 되어 돌아오듯 20년 만에 마산에 다시 왔다.
고향도 아니고 2년 6개월 정도 살았던 곳이지만, 신앙생활을 시작한 곳이라 집같이 편한 곳이다.
건물도 길도 많이 변했고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은 다들 다른 곳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고 나만 다시 왔지만, 오는 길이 긴장과 설레임보다 푸근한 느낌이다.
 
마산교회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왔다가, 놓인 짐을 보고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며, 전임 관장님께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발령이 나서 관장님이 바뀐다는 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왜 가시는데요?’부터 시작해서 ‘관장님 가시면 저 이제 교회 안 나올 거예요.’ 까지 참 다양한 반응들이다. “새로 오신 관장님도 계시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이 아이들 눈에는 아직 내가 안 들어온다. 아마 정다운 관장님을 밀어내고 들어온 불청객 같으리라.
예배를 드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현실을 파악해가는 아이들 반응도 재밌다. 눈물을 글썽이다가도 이제는 나를 슬금슬금 쳐다보기도 하고, 전임 관장님과의 헤어짐을 서운해 하며 말을 하다가도 주뼛주뼛 머뭇거리기도 하면서 분위기가 어색하다.
“괜찮아, 내가 떠날 때는 잊지 말고, 지금보다 3배만 더 섭섭해 하면 되니까, 많이 울어, 더 울어도 돼.”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조금씩 생긴다.
점점 현실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행동도 재밌다. 조그마한 가방에 과자랑 편지를 써서 전해주고는 울면서 뛰어가는 아이도 있고, 다음에 꼭 다시 오라고 다짐을 하기도 하고, 라면 박스 펼친 것 같이 큰 편지지에 빼곡히 이야기를 적어온 아이도 있다.
발령을 받아 갔을 때 걱정되는 일 중 하나는 교회에 잘 나오던 아이가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을 못해서 겉도는 일이다.
 
초등학교에 이런 아이를 만나러 갔다. 몇 번을 갔지만, 못 만나서 친구에게 간식만 전해주라고 하고 무겁게 차에 올랐다.
“관장님!”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래 나를 알아볼 아이가 있을까 싶어 차 문을 여는데 운동장 저쪽에서 만나려던 아이가 뛰어오며 계속 부른다.
코끝이 찡했다.
“친구한테 이야기 듣고 나온 거니?”“아니요, 오늘 음식만들기 해서 식용유가 필요한데, 얘가 참기름을 갖고 와서 집에 다시 가는 길이예요.”“….”
내 기대와는 다르게 참 밝게도 말한다.
“그런데 노란차가 보여서 관장님 일 것 같아서 불렀어요.”
그래, 아무려면 어떻니? 반갑게 불러주는 것만으로 네 속에는 하나님이 계신거니까. 그 아이가 오후에는 랩으로 덮고 노란 고무줄로 묶은 종이컵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떡볶이요, 제가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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