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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관장 편 ⑩ 우리 엄마도 오셨음 좋겠다

`우리 엄마도 오셨음 좋겠다`
발행일 발행호수 2194

초등학교 6학년 가을걷이가 한창 일 때 친구를 따라 아랫동네에 있는 십자가 달려있는 교회에 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 설교 주제는 예수의 부활이었던 것 같다. 구름을 타고 올라가고 내려오고, 우리 죄 때문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불쌍하게 죽었고, 2,000년이 되면 다시 올거니까 그때까지 잘 믿고 살아야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라 이해가 잘 안 됐다.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나 때문에 죽었단다. 궁금해서 이것저것 친구에게 물어보다가 2,000년이 돼도 예수가 안 오면 어떻게 되는거냐고 했다. 친구도 궁금했는지 얼른 목사에게로 뛰어가서 물어보았다. 답을 해 줄줄 알았던 목사는 친구에게 몇 마디 하더니 그냥 나가버렸다. 돌아서는 친구의 얼굴이 어두웠다. 아무래도 나 때문에 야단을 들은 모양이다.

그해 12월 25일 그 교회에서는 행사를 크게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을 초대했다. 다음날 ‘막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찾아와서 어제 교회에서 받은 선물을 자랑하면서 나 빼고 우리 반 아이들이 다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안 왔냐고 물었다. 나는 친구들이 가는 줄도 몰랐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교회 목사가 나는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단다.

올해 7월 21일이었다. 초등학교 방학식이 있는 날이었는데 다음날이 축복일이라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갔었다. 여러 교회에서 성경학교를 한다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운동장과 교문 앞에 몇 십 명씩 나와서 아이들을 챙겼다. “너 누구 아들이지?” “너희 엄마 누구지?” “누구 선생님 반이지?” 하면서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각자 자기 교회로 오라고 난리들이다. 교문을 그냥 빠져나갈 수 있는 아이들은 천부교를 다니는 아이들뿐이다.

1학년인 연아가 나를 보고 뛰어왔다. 나온 지 한달도 채 안되는데 우리교회 차만 보면 돌진하다시피 뛰어 오면서 묻지 않아도 이렇게 말한다. “저 다른 교회 안 가고 천부교회 차만 기다렸어요” 오늘도 교회에 가겠다고 막무가내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전화를 하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연아를 불렀다. “너 그 교회 가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하면서 다른 교회 선생이 아이 손을 잡았다. 아이가 안 따라가려고 하니까 덧붙였다. ”너 이러면, 엄마에게 말할 거다” 아이 손이 힘없이 풀리며 따라갔다. “연아야! 우산 가지고 가야지”라고 말을 했더니 그 아주머니가 돌아서며 우산을 낚아채는 순간 뾰족한 부분에 내 손이 찔렸다. “악!” 소리가 절로 나면서 피가 나오는데 그 사람은 미안한 기색도 없다. ‘도대체 뭐가 저 사람에게 잘못을 하고도 미안한 감정이 안 생기게 만들었을까?’ 그러면서 도리어 큰소리로 “다른 종교는 다 가도 천부교 만은 가지 마라”고 큰소리를 친다. 옆에 있던 반사들이 따지자고 흥분했지만, 기가 죽어 있는 연아가 옆에 서 있었다.

3일 뒤 축복일이 끝나고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데 연아가 엄마랑 지나가는 게 보였다. 뛰어가서 신앙촌에서 받은 간식을 건네면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그 날 이후 엄마를 자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보내 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아이가 오지를 않는다.

“엄마가 못 가게 하시니?”라고 물으면 “아니요, 그냥 제가 알아서 하래요.“ 그런데 연아는 전 같지 않게 행동한다.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아직 1학년인데 온갖 이상한 소리를 들은 터라 겁에 질려있다. 연아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지난 주 저녁 예배가 끝났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중학교 1학년 유경이를 찾는다. 다른 종교를 가진 담임에게 상담시간에 천부교회에 다닌다고 했더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한 교회에 다니니까 못 다니게 하라고 전화를 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던 터라 왜 오셨는지 짐작이 갔다.

겨우 진정을 시켜 이야기를 했다. “저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로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어머니는 많이 풀어지셨고 나중에는 자식 걱정 때문에 이것저것 상담까지 하셨다. 1시간쯤 이야기를 나눈 뒤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유경이는 울어서 얼굴이 발갛게 됐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좋아 보였는지 조심스럽게 웃는 얼굴을 비쳤다.

옆에 있던 한 아이가 “다음에는 우리 엄마도 오셨으면 좋겠다.”하니까 다른 아이들도 “우리 엄마도, 우리 엄마도”라며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지난번에 엄마가 다녀가서 혼이 난 가영이는 “우리 엄마는 벌써 오셨다 가셨는데…”라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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