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관장 편 ① “오늘 만나는 아이들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오늘 만나는 아이들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나는 평소 걷는 것을 즐겨한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버스 몇 정거장 정도는 걷는 편이다. 아이들을 만나러 갈 때도 되도록 차를 두고 걸어서 가곤 한다. 가는 길에 안 가본 길로 방향을 틀어 가다 보면 평소 잘 만나지 못하던 아이를 만나 반가움이 배로 커진다. 늘 다니던 길을 가더라도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초대장을 건네며 새로운 열매를 맺을 설렘이 생기기도 한다.
걷는 것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차로 다닐 때는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을 새록새록 알게 되는 재미 때문이다. 속도는 덜 나겠지만 찬찬히 하나하나 보다 보면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요목조목 더 잘 알게 되니 때때로 유용하기도 하다.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니 어찌 걸어 다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시간을 따로 내어서라도 걸어 다니는 이유이다.
교역자로서 아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도대체 이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많이 있었다. 원인은 분명 있을 텐데 파악이 안 되니 그저 답답하고, 저러다 아이가 하나님과 멀어질까 봐 속은 타들어 간다.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신규관장 시절에 가까울수록 그 답답함은 더 컸던 것 같다. 아이들이 바르고 예쁘게 잘 커갔으면 하는 바람이야 지금과 같겠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도 그간 쌓여온 어느 정도의 연륜,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정도가 덜해진 조급함이랄까. 답답함과 조급함이 덜해진 이유는 찬찬히 바라보는 와중에 뭔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끄는 대로 생각대로 계획대로 아이들이 커가면 참 고맙겠지만 저마다 성품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에 그게 참 뜻대로 안됐더랬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천천히 꼼꼼히 보기로 했다. 표정도 말투도 꼼꼼히 보고, 얘기도 많이 귀담아 들어 보고, 유난히 잘하는 건 뭔지, 약한 부분은 뭔지 자세하게 보려고 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러다 보면 당황스러울 법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났을 때 원인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고 해결점도 찾을 수 있게 된다.
천천히 꼼꼼히 보는 즐거움은 아이들이 은혜받아 예뻐진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크다. 오랜 노력 끝에 친구를 전도해서 친구와 함께 차에 탈 때 잔뜩 상기된 아이의 표정, 축복일에 신앙촌 목욕탕에서 씻고 나서 만났던 그 배꽃같이 뽀얀 얼굴들… 십수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는 예쁜 얼굴들이다. 언니들이 모두 이슬성신절 합창단 공연을 준비하느라 교회 동생들을 챙겨야 했던 어느 아이는 그날따라 얼굴이 그렇게나 예뻐 보였었다. 몇 달 후 말씀 공부 때 향취에 대해 배우는데 바로 그 날, 동생들을 돌보던 그날 본인도 향취를 맡았더라고 한다.
늘 같은 길을 걸어 다녀도 새로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듯, 같은 아이들을 만날 때도 새로운 변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의 변화가 반가울 때도 있고, 때로는 달갑지 않을 때도 있듯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생관장으로서의 시간도 그러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들이 기대되고, 즐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은혜 받는 모습을 마주할 때 만나는 가슴 벅찬 기쁨 때문이다.
오늘 만나는 아이들에게선 또 어떤 예쁜 변화가 있을까~ 천천히 꼼꼼히 잘 살펴봐야겠다.
/미아교회 학생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