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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국가전략

발행일 발행호수 2657

홍성걸 교수
국민대학교
행정공공정책대학원

AI(인공지능)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두뇌’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로봇과 결합해 인간을 대신할 존재가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간과 똑같은 로봇이 현실화하려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최근의 과학기술 발전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

18세기 이후 인류 역사에서 선진국으로 부상된 국가들은 각 산업혁명의 시기를 선도해 왔다. 우리는 제1차 산업혁명에 뒤지고 폐쇄적 세계관과 국가체제를 유지하려다 국권을 잃고 극도의 압제와 수탈에 시달렸다. 애국지사들의 끝없는 저항과 희생을 바탕으로 국권을 회복한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후손에게 이 지긋지긋한 가난만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산업의 꽃을 피우고 우수한 전통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를 선도함으로써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치열한 국가간, 기업간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 AI시대다. 이 글에서는 바야흐로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AI시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국가 발전전략을 생각해 본다.

그 첫 단계는 AI시대를 위한 준비기, 혹은 인프라 구축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AI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등을 양성하는 시기다. 정부가 100조 규모의 AI R&D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시기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R&D 투자만으로 AI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을 수행할 우수한 연구인력의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전문인력이 세계적 수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외부로부터 수혈해야 한다. 대학입시의 자율화와 경쟁 촉진, 이민정책의 전면 개편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우리의 대학교육 정책은 지난 50년 이상 평준화와 경쟁 제한을 강화해 왔고, 입시생들도 첨단 과학기술 분야보다 의과대학을 선호해 왔기에 AI시대에 적합한 고도의 전문인력 양성에 취약한 상태다. 기업들도 수많은 규제 속에서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능력이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 AI시대의 무한경쟁을 이겨낼 방법은 없다.

아울러 AI를 가능하게 할 거대 데이터센터의 구축과 이의 운영을 위한 전력공급 기반을 구축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모든 국가들이 친환경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을 확정하고 수많은 원자로 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값비싼 신재생에너지로는 AI시대 전력공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연구개발·인력·인프라 기반 구축
규제완화와 창의적 활용 확대
AI시대 세계 선도 체계 마련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주요 AI 정책을 모니터하고 이를 단계별로 평가해 세계적 기준을 넘어선 경우에만 다음 단계를 위한 지원을 시행하는 일이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 국내와 국외의 최고 전문가들을 평가위원으로 위촉하고 정부나 정치권의 어떤 영향으로부터도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평가지표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다음 단계는 각종 AI 기술의 산업화와 활용 단계다. 여기에는 창의적 산업화를 가능하게 할 규제완화와 다양한 이용자들의 수요에 부합할 분야별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챗GPT 등 인공지능의 창의적 및 윤리적 활용 능력 중심의 교육 제도와 내용 개편, AI로봇의 보편화로 대체될 노동계 설득 정책 등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의 창의적 노력이 제한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끝으로 AI혁명으로 인한 역기능을 예방하고 AI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선제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특히 노동과 윤리, AI 기술의 악용을 예방하거나 엄단하는 기술적,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일은 AI시대를 선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규제완화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AI 활용이나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어야 하며, 새로운 AI 문화의 창출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는 급격히 변화한다. 역사는 변화를 거부하고 저항한 국가나 개인에게 성공이란 보상을 준 적이 없다. 지금 우리의 AI 국가전략이 저항이나 제한이 아니라 적극적 선도와 변화의 수용이어야 하는 근본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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