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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떠나 외로웠지만 은혜안에 마음만은 너무나 평안

오복순권사 / 영주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15

저는 1935년 부산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전근을 자주 다니셨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자주 했었는데, 아버지가 폐병으로 돌아가신 후부터 저희 가족은 외가의 도움을 받으며 밀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밀양에서 저와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동생 수옥이는 전도관에 열심히 다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교회에 다녔던 터라 수옥이를 보며 전도관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1956년 어느 날, 수옥이가 밀양전도관에 박태선 장로님이 오신다며 함께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전부터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또 박 장로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그날 수옥이를 따라 전도관에 갔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예배가 거의 끝났는지 예배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다 일어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상에 서 계시던 박 장로님께서 단상을 “탁! 탁!” 하고 치시자, 두 개의 커다란 불덩어리가 확확 튀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어떻게 단상에서 불이 나오는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수옥이에게 단상을 가리키면서 불이 나온다고 했더니, 수옥이는 자기는 전혀 안 보인다면서 정말 단상에서 불이 나오느냐며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밀양전도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밀양전도관에는 당시 보기 드물었던 음악 종이 설치되어 찬송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곤 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예배 때 종소리를 들으며 예배실 안에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백합꽃 향기같이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예배실에는 그런 향기가 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서 나는 냄새인가 싶어 교인 분들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그 향기가 향취 은혜라며 제가 은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향취를 맡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며 너무나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은혜가 무엇인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에 기쁨과 평안이 가득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하나님 은혜는 참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과 함께 힘겹게 생계를 꾸리고 있었습니다. 잘사는 큰집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쌀쌀한 눈길만 받기 일쑤였고, 밀양에 와서도 어려운 생활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외롭고 어두웠습니다. 웃는 일이 드물었던 제가 제단에 다니면서 점점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나 없으나 늘 밝게 웃을 수 있었고 하나님 말씀대로 깨끗하고 바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가집 시골 제단이지만 밀양제단에 가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기에 세상 어느 곳보다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밀양제단에 다니시던 남자 집사님이 돌아가셔서, 교인들이 그 집에서 일을 도와주고 다음 날 장례예배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사정상 장례예배에 참석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장례예배 전날 일이라도 돕기 위해 수옥이와 함께 그 집에 가 보았습니다. 시신이 안치된 방에 들어가, 하나님께서 고인의 영혼을 돌보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백합꽃 향기같이 진한 향취 은혜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처럼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은혜로 고인을 지켜 주시는구나 생각하며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기쁘고 감사한 마음에 그 먼 길을 가볍게 걸어왔습니다.
이듬해 상경한 저는 서울 이만제단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강을 굽어보는 산 위에 서 있는 이만제단은 그때까지 제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웅장한 건물이었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와 예배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오면 거리가 온통 전도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향긋한 향취 은혜가 진동하며 목으로 달디단 물이 넘어오곤 했습니다. 그때 저는 형편이 어려워 다른 사람의 집에서 일을 도우며 생계를 꾸리고 있었는데, 고향을 떠나온 처지에 아는 사람도 없었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평안했습니다. 은혜를 받을 때면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이 즐겁고 기쁘기만 했습니다.
1958년 여름 소사신앙촌 노구산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노구산 정상을 가득히 메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져 신발에 진흙이 쩍쩍 달라붙어도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중에 하나님께서 “병 나은 자는 일어나라!”고 외치시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무슨 병이 나았다며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회에 참석하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집회에서 돌아온 후부터 소사신앙촌에 꼭 들어가 하나님 은혜 안에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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