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물질로 영적 체험을 주장한 종교인들

사이키델릭 실험, 실로시빈 투여
종교 지도자 30여 명 참여

미국 《뉴요커》 잡지는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이것이 약을 한 당신의 목사입니다(This is your priest on drugs)”라는 기사 제목으로, 다양한 종교 지도자 30여 명이 환각 물질인 ‘실로시빈(psilocybin)’을 투여받고, 이 약물이 영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실험한 것이다.

이 실험에 참가한 헌트 프리스트는 성공회 사제로, 2015년 <크리스천 센추리> 잡지에서 참가자 모집 광고를 처음 접했다. 당시 그는 워싱턴주에서 사역하며 심각한 번아웃 상태였고, 실험이 미국 내 저명한 대학에서 법적·의학적으로 철저히 통제되는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에 신뢰를 느끼고 참여를 결심했다.

2016년, 프리스트는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실로시빈을 투여받았다. 참가자들은 가톨릭 신부, 침례교 성서학자, 유대교 랍비, 이슬람 및 선불교 지도자 등으로 다양했다. 프리스트는 성공회 소속 참가자 네 명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연구는 최근 학술지 <사이키델릭 메디신(Psychedelic Medicine)>에 발표되었으며, 참가자의 79%는 실로시빈이 “기도와 사역, 일상 속 신성함에 대한 인식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고 응답했다. 또 96%는 이 약물을 처음 경험했을 때를 “삶에서 가장 영적으로 중요한 경험 중 하나”로 꼽았다.

프리스트도 이 경험이 삶을 바꿨다고 말한다. “약물 복용 후 왼쪽 다리에서 목까지 전기처럼 강한 감각이 올라왔고, 머리 꼭대기가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교적이고 신성한 느낌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방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방언은 전통적인 성공회에서 흔한 체험이 아니었다.”

그는 “이후 나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교회가 이 주제에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의 치유 사역은 예수의 사역과 직결되며, 교회가 이 실험에 호기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것은 마땅하다. 또한, 사이키델릭은 기독교 신자들에게도 신과의 깊은 연결을 직접 체험하게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존스홉킨스에서 두 번의 세션 동안 성령을 하나의 에너지로 느꼈고, 나뿐 아니라 타인,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연결을 가능케 해주었다. 우리는 몸이 성령의 성전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전통적인 성공회나 로마 가톨릭은 성령의 움직임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의심을 품어왔고, 그 체험을 오히려 개신교에만 맡겨두었다.”

이후 그는 기존 교회를 떠나 ‘리가레(Ligare)’라는 사이키델릭 기반의 기독교 공동체를 설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계시’와 ‘약물로 인한 환각’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프리스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이 사이키델릭 세션 후 보고하는 체험은 실제다. 제 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고, 그 경험에 내가 부여한 의미는 환각이 아니다. 성경의 많은 부분도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에서의 체험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계시록 전체, 성경에 기록된 꿈들, 요한복음의 부활 장면, 모세의 떨기나무, 바울의 다마스쿠스 체험, 별을 따라간 동방박사 등이다. 왜 하나님이 여전히 우리의 환상, 꿈, 기묘한 체험을 통해 일하신다고 상상하지 못하는 걸까?”

◇ 사이키델릭(Psychedelic)

‘정신을 드러낸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의식과 지각을 변화시키는 환각성 물질을 통칭. 현실 인식, 감각, 감정, 시간 감각, 자아 인식 등이 강하게 왜곡되거나 확장된다. 환각, 신비 체험 같은 영적 느낌이 일어나기도 한다.

◇ 실로시빈(Psilocybin)

환각 버섯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사이키델릭 물질.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서 지각과 감정을 변화시킨다. 복용 시 강한 시각적 환각, 감정의 격변, 시간 왜곡 같은 체험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