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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어떻게 하면 죄가 씻어질까요?

이정애 퇴임 관장(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503

1957년 연초로 기억됩니다. 제가 경기여고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친구를 따라 마포 이만제단에 가 본 것이 이 길을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한강변 산언덕의 이만제단은 3층 현대식 건물에 종각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도로에서부터 이만제단까지 끝없이 몰려드는 인파는 놀라울 뿐이었고,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예배실에 발 디딜 틈이 없는 와중에도 처음 온 사람에게는 자리를 양보하며 단상과 가까운 곳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예배 시작 전에 손뼉을 치며 찬송했는데 옆자리 아주머니는 뭐가 그리 좋은지 목청껏 찬송을 부르며 힘차게 손뼉을 쳤습니다. 그 모습이 소란스럽게 보여서 괜히 왔나 싶으면서도 이만제단을 세우신 박태선 장로님은 어떤 분이시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지 궁금했습니다.

친구따라 참석한 이만제단 예배
할렐루야 영광 돌리는 모습이
형식적이지 않고 진실해 보여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찬송이 끝나고 웅성웅성하던 장내가 조용해지더니 깨끗한 양복 차림의 신사 분이 등단하셨습니다. 예전에 장로교회에서 봤던 장로님들은 보통 두루마기 차림에 연로한 분들이어서 박태선 장로님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박 장로님은 30대의 젊으신 분이었습니다. “오늘 삼척동자라도 알아듣기 쉽게 말할 테니 잘 들으세요.” 하시며 설교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묵시록을 자세히 설명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성경 한 구절을 풀이하는 목사 설교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중에도 “성경 말씀을 푸는 자보다 이루는 자가 더 크다.” 하시는 말씀이 귀에 쏙 들어와 말씀을 이루는 것은 어떤 것인지, 핵심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박 장로님이 인도하는 예배시간에
하나님의 성신이 내리고 그것을
체험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에
성신을 받고 싶은 마음 간절해져

예배를 마칠 때 박 장로님께서는 “모두 일어나 ‘할렐루야’ 세 번을 외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세요.” 하셨습니다. 다들 이만제단이 떠나가라 할렐루야를 외치는 중에 저는 박 장로님의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두 팔을 올리시며 있는 힘을 다해 “할렐루야!” 외치시는 모습을 뵙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뭐라고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모습은 형식이 아니라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웬일인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남 보기에 부끄러워서 그치고 싶었지만 좀처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저는 신을 찾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허무한 인생이 참된 신을 만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복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신을 믿으며 복잡한 고민을 털어 버리고 진실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저는 새어머니와 살면서 사사건건 배다른 동생들과 차별하는 새어머니를 속으로 미워했는데, 갈등을 겪고 마음이 괴로울수록 신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새어머니와 갈등으로 괴로움이 가득하던 때 찾아간 이만제단
죄악으로 마음을 채우면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말씀에
성신으로 죄를 씻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자
복잡하고 속상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한없이 기쁘고 즐거워져

제가 이만제단에 다녀오자 장로교인 친구는 전도관에 왜 갔냐며 펄펄 뛰었지만 저는 이단이니 뭐니 하는 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전도관을 좀 더 알아보고 싶어 다음 주에도 이만제단에 갔습니다.

그날은 ‘동방의 의인’과 ‘성신’에 대한 말씀이 귀에 들어와 박혔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한국 땅에 나타난 동방의 의인이라 하셨습니다. 이사야 41장에 기록된 ‘동방의 의인’은 심판권자로 선과 악을 가르고 의와 불의를 구분 짓는 존재이며 하나님의 성신을 베풀어 준다 하셨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내가 예배를 인도할 때 하나님의 성신이 내리는 것을 직접 보고 체험한 사람이 많다.”고 하시며 구원을 얻으려면 더러운 죄악을 성신으로 씻어야 하며 죄악을 속에 그득히 채워 놓고도 천당 갈 줄 믿는 사람은 참으로 불쌍하다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들으며 성신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러자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내가 새엄마를 얼마나 미워했나. 이 마음 가지고 어떻게 성신을 받을까!’ 그때부터 엄마를 미워하고 무시했던 제 모습이 낱낱이 떠오르는데 부끄럽고 후회스러워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당장 용서를 빌지 않으면 괴로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새엄마를 미워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 흘리며 부모님께 용서를 빌자
변화한 모습에 부모님도 기뻐하고
가시방석 같던 집안에 웃음꽃이 펴

예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두 분은 어안이 벙벙해 입을 다물지 못하셨습니다. 생전 부엌일을 하지 않던 제가 부엌에 들어가 일을 돕고 동생들 이불을 빨아 주며 ‘하나님! 이렇게 하면 죄가 씻어질까요?’ 하고 기도드렸습니다. 은혜가 뭔지 알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제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복잡하고 속상했던 마음을 누가 가져갔는지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지며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저를 보고 부모님도 기뻐하셨고 가시방석처럼 불편했던 집안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정애 퇴임관장님 신앙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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