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 등 지구촌 덮친 산불 재난
스페인·캐나다서 서울 면적에 육박하는 산림 잇따라 소실
산불 연기는 국경 넘어 미국까지 확산… 연간 사망자 68만 명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과 북미를 강타하면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산불 연기로 인한 대기질 악화와 인명 피해가 대륙을 넘나들며 확산되는 가운데, 산불 진화 지원을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는 외교적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7월 16일부터 과달라하라와 사라고사 두 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닷새 만에 274㎢를 태웠다. 서울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올해 스페인의 산불 피해 면적은 800㎢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한다. 스페인 남동부에는 최고 45도에 이르는 세 번째 폭염까지 예보돼 있다. 산불은 포르투갈, 그리스, 프랑스, 크로아티아, 터키, 영국, 독일로 이어졌고, 서늘한 기후로 알려진 북유럽 노르웨이에서도 주택 화재가 인근 산으로 번지는 사고가 났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소 1,135건으로, 최근 20년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북미 상황도 심각하다. 캐나다에서는 약 950곳에서 산불이 동시에 진행 중이며, 캐나다 전역에서 소실된 산림은 약 3만㎢로, 한반도 면적의 30%에 육박한다.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 매니토바 곳곳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고 캐나다 정부는 전국의 소방 인력과 군 병력을 총동원했지만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론토는 한때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질을 기록하며 대기오염 위험도가 최고 단계인 10으로 예보되기도 했다.
연기는 국경을 넘어 미국 곳곳으로 확산됐다. 일리노이·위스콘신 전역과 미시간·인디애나 일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건강 취약층에 해로운 수준’을 기록해 일리노이주 환경보호청이 대기오염 경보를 연장했다. 이달 중순에는 일리노이 북부 일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023년 캐나다 산불 당시 최고치의 약 4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카고에서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시내 모든 호변과 야외 수영장이 일시 폐쇄됐고, 여름 캠프와 교육 프로그램이 실내로 전환됐으며 도보 투어와 야외 공연 일정도 조정됐다. 연기 영향은 1,000㎞ 가까이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 일대까지 미쳐, 두 지역에도 대기질 위험 경보가 발령됐다.
산불 연기로 인한 간접 피해도 상당하다.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를 비롯해 1,000종 이상의 유해 물질이 섞여 있어 호흡기는 물론 심혈관 질환, 임산부의 조산·저체중아 출산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암과 치매,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2021년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산불 연기 흡입에 따른 조기 사망자는 연간 약 68만 명에 이르며, 미국에서만 연평균 2만 4천여 명이 관련 사망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사태의 공통 배경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을 지목한다. 토론토는 30년 만의 최고 기온인 37.3도를, 스페인은 두 차례 45도를 웃도는 폭염을 겪었고, 노르웨이도 30도를 넘나드는 이례적인 더위를 경험했다. 폭염으로 식물의 수분이 마르면서 작은 불씨에도 산불이 쉽게 번지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산불이 현재보다 14%, 2050년에는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