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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 참사와 북한의 선택

발행일 발행호수 2101

사진으로 전해진 용천참사의 현장은 비참하였다. 폭격을 맞은 듯이 무너져 내린 가옥과 학교, 화상을 입어 비명을 지르는 어린이들, 장비가 없어 맨손으로 흙더미를 파헤치는 주민 등… 이 들을 바라보는 남쪽 사람들은 용천 사람들에게 체제를 뛰어넘는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고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번 참사로 형성된 동포애를 계기로, 남북이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마음을 열고 개방의 길로 나와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졌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구호물자의 육상 수송을 거부하는가 하면 의료인과 복구지원 인력을 거절함으로써 우리를 실망케 하였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야 하는 화급한 상황에서도 북한 정권의 자존심과 안보의 문제 등 북한의 체제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용천참사 직후에 평양에서는 조선인민군의 창건을 축하한다는 댄스 파티가 개최되어 국내외의 비난을 사기도 하였다.
 
용천참사의 배경은 북한의 낙후되고 노후(老朽)한 기간(基幹)시설 때문이었다. 참사의 무대가 된 북한의 철도시설만 하여도, 남쪽에서는 지난 20년간 86 억 달러라는 거액이 시설 현대화 자금으로 투자되었으나 남쪽과 철도 길이가 같은 북한에서는 거의 투자여력이 없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항만, 발전시설 등 북한의 모든 기간시설은 수십 년이 낙후되어 제대로 가동조차 되지 않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현대화 하려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며 이러한 투자는 ‘용천참사 돕기’식의 일과성 ‘불우이웃돕기’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다.
 
용천참사 사건으로 북한이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북한도 중국 베트남과 같이 나라를 개방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인민을 충분히 잘 살게 할 수가 있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온 세계가 이념을 탈피하여 경제지상주의로 나가는 이때 무엇 때문에 ‘우리 식’ 체제를 고집하여 세계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가? 북한은 지금까지 선군(先軍)정치와 체제 보호를 위한 핵 개발에 모든 자원을 집중시켜 용천참사에서 보듯이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만 것이다.
 
북한 당국이 용천참사를 계기로 조성된 국제적인 우호 분위기를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 복귀하고 공생과 번영의 길로 나오기를 우리는 다시 한번 소망한다. 국내에서도 용천참사에 대한 구호가 북한개발에 대한 제도적 지원으로 연장되기를 바라는 정서가 형성된 것을 북한은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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