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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죄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떠올라 눈물로 회개

박계윤 권사(1) / 성동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351

저는 1929년 충청남도 당진군 당진면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저희 외갓집은 당진에 감리교회를 세운 집안으로 그 영향을 받아 저희 형제들은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습니다. 저는 아홉 살 때 외할머니 손을 잡고 처음 감리교회에 나간 뒤로 꾸준히 감리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열여덟 살에 결혼하여 서울에서 살고 있을 때 6ㆍ25 전쟁을 맞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부산으로 피난하고 저는 경기도 김포의 친정집에 갔는데, 당시는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피난을 떠나고 무장한 인민군이 텅 빈 마을을 돌아다니는 살벌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두 살 아래인 여동생과 함께 방공호에서 숨어 지내면서 수시로 들려오는 총 소리와 폭격 소리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두려울 뿐이었습니다. 밤이 되어 방공호에서 나오면 어머님이 기도를 하고 계셔서 저도 그 옆에서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저희를 지켜 주세요.’ 절박하게 매달리며 몇 시간씩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감리교회에 다니면서도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없었지만 그때만큼은 마음속으로 절실히 하나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의지하며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었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으나
매일 기도를 드리던 중, 꿈중에 하늘의 금빛 구름 사이로
환한 얼굴을 하신 분을 뵙자 불안과 초조함이 사라지고 평안해져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드리던 어느 날 이런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간다며 산으로 들로 줄지어서 걸어가고 저도 다급하게 피난 행렬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금빛 구름이 좌우로 빠르게 헤쳐지더니 그 가운데 환하게 빛나는 얼굴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온화한 미소를 띠시며 저희를 내려다보시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신비로워서 ‘저분은 하늘에 계시는 분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온화한 얼굴을 뵙는 순간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져 버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무섭게 들이치던 파도가 일시에 잔잔해진 것처럼 제 마음도 그렇게 평안하고 잔잔해졌습니다. 꿈에서 깬 후에는 몸까지 가볍게 느껴져서 마당을 기분 좋게 뛰어다녔더니 동생이 “언니 왜 그래? 좋은 일 있어?” 하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매일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으나 그때부터는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는 전쟁도 끝나고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저희 가족은 서울 흑석동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장 일을 돕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흑석동 예수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러던 1955년 어느 날 공장 직원이 하는 말이 “지금 서울 남산에서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이 부흥집회를 하시는데 거기서 벙어리가 말을 하고 앉은뱅이가 일어서고 병이 낫는 사람들이 많대요.” 하며 신기한 기사이적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저는 둘째를 낳고 산후 조리를 잘못한 뒤로 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그 집회에 가면 나도 병이 나을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공장 일 때문에 바빠서 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여름이 되었을 때 앞집에 사는 이가 한강 모래사장에서 박태선 장로님의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박 장로님 집회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침 공장 일이 바쁘지 않은 때여서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언덕에 있는 저희 집에서 한강 쪽을 내려다보니 과연 드넓은 모래사장에 천막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강 천막집회에 참석하여 은혜를 받는데
혼신의 힘으로 찬송 인도하시는 박태선 장로님을 뵈오니
4년 전 꿈에 빛나는 모습으로 뵈었던 바로 그 분이 아닌가?

저는 집회가 열리는 첫날 막내 아이를 업고 집회장을 찾아갔습니다. 천막 가까이 다다르자 사람들이 부르는 찬송 소리가 들리는데 “주 날 사랑하사 구하시려고~” 하며 은은하게 들리는 찬송이 마음에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찬송을 들으면서 저는 그때까지 잊고 지냈던 꿈이 떠올랐습니다. 4년 전 꿈속에서 얼굴이 환하게 빛나는 분을 뵈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었습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단상에서 찬송을 인도하시는 박태선 장로님이 어렴풋하게 보이는데, 멀리서 뵙기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찬송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앞쪽으로 들어가 박 장로님의 얼굴을 뵙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4년 전 꿈에서 뵈었던 바로 그분인 것이었습니다. 하늘에서 환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나셨던 그분을 직접 뵙게 되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하며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 날 사랑하사 구하시려고~” 박 장로님께서 안타까운 음성으로 간절하게 찬송하시는데, 저는 찬송을 따라 부르며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흘렀습니다.

당시 저는 만성위염을 앓고 있는 데다 체증이 있어서 항상 돌덩이를 가슴에 매단 것처럼 답답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찬송을 부르며 한참을 우는 동안 그 돌덩이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더니 나중에는 속이 그렇게 개운하고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어디선가 썩은 냄새 같기도 하고 무엇이 타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풍기더니 잠시 후에는 아주 좋은 향기가 진하게 맡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모든 일들이 놀랍고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강집회에 참석해 찬송을 부르던 중 불현듯 어릴 적에
이웃집에 갔다 배나무에서 배 하나를 따온 일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남의 것을 가져왔으니 죄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양심을 두드려

그날 예배를 마친 후 얼마나 몸이 가벼운지 아이를 업고 한강 다리를 훌훌 나는 것처럼 건너왔습니다. 그동안 건강이 나빴던 저는 폐병 환자로 오해를 받을 만큼 마르고 기운이 없었는데, 집회에 참석하고 나자 기운이 솟아나며 몸이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집회가 끝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집회 중 어느 날 한참 찬송을 부를 때였습니다. 불현듯 머릿속에 어떤 일이 떠오르는데, 어린 시절 이웃집에 갔다가 우물가의 배나무에서 배 하나를 따 갖고 온 일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에서는 다른 집의 과일이나 곡식을 서리하는 일이 흔하게 있어서 그런 일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 눈앞에 환하게 떠오르며 ‘남의 것을 가져왔으니 죄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양심을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예전에는 죄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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