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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변화된 정세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33

북한은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이후 내부적으로 새로운 경제발전 구상을 모색하거나 선군정치에서 당국가체제로 전환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군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당중심의 전통적인 국가체제로 전환하려던 시도는 군부 자체가 김정은의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권력기반으로 재편되면서, 오히려 군 중심의 강경입장이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 되었다. 문제는 핵보유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초강경 대응을 선택한 북한의 셈법이 더 이상 논리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 않아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스스로를 핵보유국가로 자처해왔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가로 인정하는 순간 6자회담의 존재이유는 소멸하고,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핵군축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그러나 3차 핵실험은 상황이 달랐다. 북한 스스로도 주장했듯이 북한의 핵무기개발능력을 어떤 형태로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으로서는 핵을 보유하면 남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하는 만큼의 경제지원을 얻어낼 수 있고, 미국을 압박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함으로써 북한 주도의 통일기반을 조성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핵을 보유하면 재래식 병력과 무기체제를 유지하는데 드는 막대한 자원을 핵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무기를 개발 보유하는데 일부 사용하고 나머지 여분을 경제건설에 돌리게 된다면 북한경제는 조만간 고도 성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셈법은 어디까지나 우물안 개구리,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체제의 가장 전근대적 수령 세습제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이자 약소국이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정치력이 극대화되거나 주변으로부터의 위협을 일거에 제거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동참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을 것이다. 체제생존을 위해 핵보유를 결심했다면, 바로 그러한 핵보유로 인해 체제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인 셈이다.

5월초 한미정상회담에서, 6월 초 미중정상회담, 그리고 6월말 한중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북핵불용의 원칙이 분명하게 확립된 만큼 북한의 일방적인 계산법은 이제 스스로 폐기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가 되었다. 아세안지역포럼에서 북한만 제외한 26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문을 보더라도 정세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흐름을 냉정히 파악하여 더 늦기 전에 핵포기의 결단을 내리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복귀하여 인민들의 고통을 하루속히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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